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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했던 여행, 사실 실망하지 않으셨나요?

여행 광고와 실제의 괴리감

by 낯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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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매체를 통해 매일 끊임없이 여행 충동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열면 꼭 가봐야 할 여행지 TOP 10 혹은 추천 카페 5곳, 어느 지역 여행 추천 코스 등등.. 예전에는 TV 였다면 이제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꽃보다 시리즈가 대박이 나고, 짠내투어, 배틀트립, 신서유기 등등 여행 관련 예능도 쏟아져 나왔다. TV에서 안 다룬 곳이 있을까 할 정도로 색다른 곳으로 여행을 유혹하고 있다. 내가 생활하던 베트남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TV에서 촬영하고 갔다. (심지어 내가 자주 가던 곳이 얼마 뒤 배틀트립에서 갔다왔다더라!) 유명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을 가면 어김없이 어느 연예인이 다녀간 곳 혹은 어느 방송에 출연한 곳이라 빼곡히 광고하고 있다. 매년 공항 출국자수는 신기록 경신 행진을 있어가고 있고, 명절은 아예 해외여행 가는 가족들도 적지 않게 생기고 있다. 바야흐로 여행 전성시대다. 물론 코로나 이전의 이야기다.


모든 여행이 그렇지는 않지만 광고를 통해 멋지다고 상상했던 관광지를 실제로 갔을 때 그 괴리감은 나에게 너무 크게 다가왔다. 여행 에세이를 읽고 작가가 받은 느낌을 나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혹은 여행 영상을 보며 나도 저렇게 놀아야지 하는 상상은 판타지였다.


막상 도착해서 만난 것은 실망감이 대부분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차라리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다면 충분히 멋지고 재밌는 곳들이 기대가 크니 에게.. 이게 뭐야? 영상이랑 너무 다르잖아?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행 자체가 삐걱거린다. 일반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만족했던 여행도 있고 실망했던 여행도 있다. 다만,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여행들이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대게 더 만족하는 것보다 더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 광고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돈을 펑펑 쓰고 가라고 유혹한다. 최대한 이쁘고 멋지게 풍경을 담고, 최대한 맛있게 보이게 한다. 직접 보는 눈과 다른 현혹감을 준다.


뉴욕에 도착했을 때 타임스퀘어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TV 속 모습은 정말 웅장하고 멋진 곳이었다. 영화 속 처럼 웅장한 타임스퀘어 전광판 한 가운데에서 경외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기대감이 너무 컸던지 생각보다 그리 안크네?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김이 빠졌다.


대학생 때 부랄친구와 충동적으로 렌터카를 빌려서 1박 2일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한 친구가 산 꼭대기에 위치한 풍력발전소를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사진조차 본 적도 없이 그냥 출발했다. 한 참을 찾다가 마지막으로 이 길로 가보고 포기하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향했던 곳에서 거짓말 같이 수많은 프로펠러들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 해가 지기 시작하는 노을 때라 더욱 장관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풍경에 경외감마저 들어 한참을 그곳에 서서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꼼꼼히 정보를 습득하고 기대에 부풀어 가는 것과 무계획으로 어떠한 정보 없이 가는 것과 무엇이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전자는 기대감에 비해 실망할 수 있지만 적어도 버려지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적어진다. 후자는 길에서 버려지는 시간도 많고, 사기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리스크가 높은 여행이다. 최고의 장면을 만날 수도 있고 허탕만 칠 수도 있다. 뭐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니까.


부랄 친구나 혼자의 경우 (무작정 떠나는 것을 매우 선호하는 성향끼리는) 그냥 훌쩍 여기 한번 가볼까? 하고 구글맵에 점 하나 찍고 떠나기도 했다. 사실 나는 무계획을 매우 선호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새로운 것을 만나는 두려움과 설렘이 좋기 때문이다. 다만, 함께 가는 여행이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꼼꼼하게 갈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혼자 가는 게 아니니 모두가 덜 힘든 방법을 택한다.


자신에게 맞는 여행이 어떤 여행인지, 나의 성향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고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한 번쯤은 전혀 반대되는 성향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이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낯선 세계를 만나는 것이라면 여행이야 말로 자신과 반대되는 것을 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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