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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10. 2021

동남아 진출, 한류 판타지를 팔아야 한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류의 모습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베트남 직장 동료가 팸플릿을 한 가득 들고 찾아왔다. 서울 여행에 관련된 팸플릿이었다. 한국 가는 비행기 특가가 나와서 한국 여행 준비 때문에 모았다고 했다. 여행 준비를 도와주었는데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관광지와 베트남 친구가 생각하는 관광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울을 못 봐도 꼭 남이섬을 가야 했고 한강공원에서 치맥을 하고 싶어 했고 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온 카페를 가고 싶어 했다. 가고 싶다고 말하는 곳은 대부분 팸플릿에 없는 곳들도 많았다. 


 어느 나라나 장소를 가고 싶다고 생각할 때 보통 미디어나 책 등 간접적인 정보를 통해서 접하게 된다. 그곳에 간 적은 없지만 이런 분위기와 느낌을 상상하게 된다. 일종의 판타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이나 프랑스 파리를 말할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영상 매체를 상상한 이미지이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갔을 때 내가 상상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판타지와 현실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베트남에서 느낀 한류도 이와 비슷했다. 평생 한국을 가보지 못한 사람이 한국을 떠올리게 될 때 드라마, 영화, 음악에서 만난 이미지를 토대로 상상하게 된다. 일종의 판타지가 만들어진다. 나는 이걸 한류 판타지라 부르고 싶다. 


한국은 없지만 한국이 있는 Hem Chill - Seoul Street 

 호치민 2군 타오디엔 지역에 Hem Chill - Seoul Street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서울의 야경을 모티브로 식당 전체가 마치 서울 밤거리를 걷는 기분이 들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베트남 사장이 만든 곳이라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한국 사람들이 본다면 이게 무슨 한국이야? 한국 거리보다 홍콩 거리에 가까운 생각이 먼저 든다. 베트남이 상상하는 한국이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구나 생각해볼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 음식점도 아닌 퓨전 음식점이나 술집이다. 이곳에는 한국이 없다 상상 속의 한국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항상 베트남 사람들이 붐빈다. 

 

한류를 적극 이용하며 베트남 현지화에 성공한 Bros BBQ & ZINRO BBQ

호치민 3군 Bros BBQ 도 베트남 한류 판타지를 잘 공략한 사례이다. 한국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인데 한국 식당임에도 손님들 대부분 베트남 사람들이었다. (하노이에는 ZINRO BBQ도 운영한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친숙한 저렴한 무한리필 방식한국 80년대 추억의 레트로 느낌의 인테리어와 당시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이태원 클래스에 나올 법한 포차 느낌, TV에서 계속 나오는 한국 드라마, 마지막 나갈 때 남산 자물쇠를 주며 짧은 한국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또,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페이스북과 인스타에서 입소문이 나 베트남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우리 팀을 제외하고 전부 베트남 사람 들고 가득 찼다. 심지어 점심 때도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베트남 현지화 전략과 함께 한류 판타지를 제대로 충족시켜준 케이스가 생각한다. 


마치 북촌 한옥마을에 온 듯한 기분 HANOK 

 베트남 다낭과 후에에는 한옥 스타일의 카페가 있다. 이곳은 마치 작은 북촌 한옥 카페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잠시 서울 북촌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요소요소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사진 스폿들도 잘 만들어 놓았다. 주로 달랏의 일본 콘셉트의 카페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세로 레터링 디자인도 한글로 해놓았다. 아마 일본 콘셉트 카페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다. 



또, 적극적으로 인스타, 페이스북 중심으로 마케팅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 다들 이곳에 오면 저 그네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제대로 번역이 안된 문구가 눈에 띄었다. 고쳐주고 싶다. 베트남에서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이런 느낌이구나. 한류 판타지가 곳곳에 녹아든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의 가장 큰 백미는 바로 계란과 식혜다. 한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찜질방인데, 호치민 1군에 베트남에서 가장 큰 한국 찜질방이 있다. 모두 이곳에서 양머리 수건을 머리에 쓰고 계랸을 까먹으며 식혜를 마시는 모습을 찍고 싶어 한다. 카페에서도 이러한 니즈를 반영하여 식혜, 계란 메뉴를 넣었다. 실로 베트남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걸 다 반영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류를 좋아한다고 하여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람의 시선에서 이런 걸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지레짐작하면 안 된다. 오히려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이외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동남아에 진출하고자 하는 분들께서는 한국을 가보지 못한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상상할 때 그 판타지가 가진 니즈를 잘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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