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 오늘 책 리뷰
모든 시작엔 끝이 있는 것처럼 모든 여행에도 끝이 있다. 나의 여행에도 마침표가 필요했다. 한국을 떠난 지 정확하게 755일. 시간으로는 18,120 시간이다.
2년 동안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디서나 들리는 한국말이 낯설지만 드디어 돌아왔구나 실감하게 된다. 따뜻한 집 밥과 내 침대. 하루가 지나고 일어나니 조금씩 실감이 된다. 아 드디어 여행이 끝났구나.
여행의 완성은 집이다. 돌아올 곳이 있어야 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나는 그대로 나의 모습일까? 신나고 즐거운 여행 이야기만 궁금해한다. 책이나 강연을 가도 여행 이야기뿐. 정작 여행 후 어떤 삶을 사는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에게는 삶이 있고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여행이 완성이 된다. 그럼 여행 이후는?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여행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아닌 여행에서 돌아온 시점부터 시작한다.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 후 그 후의 일상처럼 낭만적 여행 후 그 후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받으러 갈 때 가방을 들고 가는 나를 보고 친구가 “가방을 왜 가지고 가?” 하며 의아해했다.
해외에서 가방을 두고 나가는 행위는 가져가라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노트북과 가방을 두고 가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때, 뭐든지 간에 해외랑 한국과 비교하고 있을 때 내 영혼은 아직까지 여행을 하고 있는 듯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에 적응했지만 처음 막 돌아왔을 때의 이질적인 모습은 여행 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일상의 무게를 바라보라고 끊임없이 채근당하는 기분이었다. 현실에서 낙오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친구들은 이미 사회에서 무언가 이루어낸 것 같았고, 반면 나는 어디서 놀다 오기만 한 잉여인간 같다는 느낌에 무력감이 밀려왔다.
여행 중 꿈꾸던 나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오히려 더욱 일상이 무서워졌다. 2년간 지났던 시간의 격차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고, 현실과 사회는 생각보다 바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2년 전에 머물러 있는 듯했고, 사회 부적응자로 비추어졌고, 여행 후 사람들의 관심은 금세 사라졌고, 자신감은 어디 가고 낙오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바라볼 때. 낭만적 여행이 낭만적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여행 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사람은 쉽게 안 변하더라고'
나는 작가님의 솔직한 고백이 이 책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낭만적 여행 후 현실적인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도 1년간 세계여행 이후 뭐든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특별한 존재라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은 녹록지 않았고 겨우 학점을 메꾸어 졸업하기도 바빴다. 여행 후 얻은 게 있는가? 여행이 스펙이 되는가? 여행 후 달라진 점이 있는가? 질문에 나도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고민하기 보다 한 번 도전해 보라는 것.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고민만 하기에는 생각보다 짧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2013년도부터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다.
다만, 한 가지 이야기한다면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한 번 도전해 보았다는 것. 그리고 그 도전을 끝까지 완수했다는 것. 작가는 여행 후 취업을 했고 자신이 얻은 경험을 나누기 위해 무려 7년 넘게 여행 팟캐스트를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작가님의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작가님은 7년 전 여행을 다녀올 때처럼 여행 이야기에 눈이 빛나고 있었다. 여행 후 오늘을 돌아보면 작가님도 치열하게 현실을 살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이제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