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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Nov 24. 2021

100퍼센트 여자를 만났을 때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하루키 단편소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어린 시절 이야기다. 매번 같은 방향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매번 같은 시간 같은 방향으로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정거장에 내렸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느 학원을 가는 것이겠지. 그녀를 매번 보기 위해 항상 그 시간에 버스를 기다리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최대한 그녀 시선 근처에 머무르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말을 걸어보지 못했다. 


그녀는 나의 존재를 알았을까? 내가 꽤 많이 뜨거운 눈빛 발사 혹은 주변을 서성거렸는데.. 혹시 변태 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한 건 아닐까? 

종종 집에 돌아오면 영화같이 버스 안에서 그녀와 연결되는 순간을 상상하거나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상상을 했다. 그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며 나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학종이 100마리를 접어서 작은 유리병에 담아 고백하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짓을 생각했는지 이불을 걷어차고 싶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학종이는 그녀에게 전달하지 못했고, 끝까지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하고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정거장에 보이지 않았다. 나도 더 이상 그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지 않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고 나서 후회한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책은 여러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특히 이 어마 무시한 단편 제목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렸다. 100퍼센트의 여자라.. 작업 멘트인가? 아니었다. 100퍼센트의 여자에게 말 조차 건네지 못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라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인걸" 하고 소녀는 소년에게 말한다. 
두 사람은 공원 벤티에 앉아 질리지도 않고 언제 가지나 이야기를 계속한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자신이 100퍼센트의 상대를 찾고, 그 100퍼센트의 상대가 자신을 찾아 준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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