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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May 10. 2018

한중일 크로스

사람 여행 세계일주 <인도, 캘커타>


싱가포르에서 캘커타로 나를 태워준 에어아시아. (프로모션으로 매우 싸게 이용했다.)


인도 캘커타에 도착했을 때, 내가 아는 정보라고는 여행자 거리인 서더 스트릿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선불 택시를 타고 무사히 서더 스트릿까지 도착했다. 시간은 아침 10시쯤. 먼저 숙소를 구해야 했다. 몇몇 호텔(호텔이라 쓰고 여인숙이라고 읽는다. )을 들어갔을 때, 방이 없거나 여기서 잘 수 있을까 심각히 고민에 빠지는 곳들이 많았다. 인도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잔뜩 긴장하고 간 터라 모든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에 온 여행자 거리에서 오후 3시가 되어도 숙소를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저기, 혹시 숙소 구했어요? 어디 숙소예요? 1박에 얼마 주셨어요?"


정신적 패닉상태가 되었다. 절박함에 근처의 여행객들에게 다짜고짜 물어보기 시작했다. 혹시 숙소를 구했나? 어디 숙소를 정했나? 가격은 얼마나 하나? 이러다간 꼼짝없이 거리에서 자게 생겼으니 없던 자신감도 솟아나는 것 같다. 


"지금 숙소를 구하긴 했는데, 나도 마음에 안 들어서 찾고 있어."


 그러다가 나와 같이 숙소를 구하고 있는 한 일본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숙소를 구하기는 했지만, 시설이 탐탁지 않아 다른 숙소를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다. 


결국 수소문 끝에 한 호텔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다. 500루피에 괜찮은 시설의 호텔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원룸에 200-400루피인 점에 비해 작고 비싼 곳이었다. 사진으로도 다른 숙소들보다 훨씬 좋아 보였기에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작은 방(고시원 수준)이었지만, 인도스럽지 않는 깨끗한 시설에 나와 일본인 친구는 이곳에 숙소를 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일본인 친구 유세이.


유세이와 함께 본 캘커타의 노을 



유세이는 특이한 친구였다. 빅뱅을 좋아했고, 이전에 요릿집에서 일했다고 한다. 나중에 일본에서 자신의 가게를 오픈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도 가지고 있으면서 굉장히 적극적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하는 친구였다. 특히나 착한 인도 사람, 나쁜 인도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에 나보다 일찍 왔지만, 캘커타는 처음이라고 했다. 호주에서 공부할 때 한국인 친구가 많다고 했다.


" 헬로~ 헤이~ "


" 헤이~ "


유세이와 노을을 보기 위해 강가로 갔다. 신기하게도 그에게 인사를 하거나 친하게 말을 거는 인도 사람들이 있었다. 유세이는 착한 사람들을 구분할 줄 안다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갔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먼저 다가오거나 다가간 인도 사람들은 무언가를 바라는 사기꾼이 아닌 친구로서 다가왔던 것이다. 짜이를 사주면서 한 잔 하고 하는 친구들. 같이 크리켓을 하자는 친구들. 축구를 하는 사람들. 오후 6시의 인도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유세이는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다. 극도로 긴장하고 아무도 믿지 못하던 내가 어느 순간 크리켓 배트를 들고 즐기고 있었다. 모두가 거짓말쟁이이고 사기를 치고 있다고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유세이는 인도를 편안하게 다가오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는 하루에 500루피였다. 인도 게스트하스치고는 꽤나 가격이 있는 곳이다 보니 투숙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구석에 두 명의 중국인이 있었는데, 이틀 정도 있으면서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오는 길에 중국인 여자애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인사를 했고, 그녀는 매우 유창한 영어로 인사를 했다. 그렇게 나는 중국인 조이를 만났다. 


술로 하나 된 친구들


조이는 나와 같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유세이는 그냥 놀러 왔는데, 심심풀이로 하루 봉사활동을 참가했다. 나중에 힘들다고 하루만 하고 그만뒀다.) 조이와 함께 봉사 활동하러 가면서 친해졌다. 마더 테레사 하우스는 봉사를 하려면 직접 와서 신청을 해야 한다. 전화나 인터넷 신청은 없다.


조이는 아프리카 케냐로 봉사활동도 갔다 오고, 해외 여기저기를 다녀온 친구였다. 영어를 굉장히 잘하였고, 적극적인 친구였다. 자연스럽게 나와 유세이 그리고 조이 이렇게 셋이서 한중일 삼총사가 되었다.


한중일이 이렇게 모일 수 있었던 때가 있었을까.

나는 처음으로 카우치서핑이 아닌 여행의 순간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유세이와 조이의 만남으로 나는 이곳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후 다른 일본 친구들과 중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인도를 보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던 토대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유세이도 조이도 먼저 용기 내어 말을 걸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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