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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May 09. 2018

싱가폴의 삼인삼색

싱가폴에서 만난 3명의 인연들 

호주에서 인도 캘커타까지 가기 위해서 싱가폴을 경유해야 했다. 나는 스탑오버로 2박 3일 정도 싱가폴에 머무르게 되었다. 싱가폴에서도 카우치서핑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싱가폴에서는 카우치서핑과 게스트하우스를 병행하기로 했다. 대신 카우치서핑의 다른 기능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카우치서핑에는 집에 초대하는 것 말고도 커피 한 잔, 한 끼 식사, 여행 동행, 모임 등 다양한 만남이 있었다. 나는 카우치서핑 호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간이 되면 커피 한잔 같이 하자는 글도 남겼었다. 그리하여 두 명의 인연이 식사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싱가폴은 금융의 허브이자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가 몰려있는 곳이다. 게다가 MICE산업이 발달한 곳답게 다양한 전시회들이 끊임없이 열리고 있었다. 언젠가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도 드는 나라였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싱가폴의 외곽지역이라 상대적으로 발달이 덜 되어 있었지만, 중심가로 들어서자 하늘 끝까지 닿을 것 같이 높은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점심 약속 위해서 그 빌딩 숲 사이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빌딩들 사이에 혹은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들 멋진 오피스룩을 자랑하면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로망을 여겨지던 사회생활의 모습이랄까. 아무 이유 없이 멋져 보였다. 


싱가폴의 랜드마크 머라이언과 마리나배이샌즈호텔


약속 장소에서 H를 만났다. 직장 동료인 Jane과 함께 왔다. 원래는 혼자 오려고 했는데, 나를 만난다고 하자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영광입니다. Jane은 재무 쪽에서 일하고 있었고, H는 보험 쪽에 일을 하고 있다고 간단히 소개를 하였다. 우리는 근처의 푸드코트에 가서 밥을 먹었다. Jane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정말 좋아했다. 특히 런닝맨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이전에 시드니에서 만났던 싱가폴 사람 호스트도 런닝맨을 엄청 좋아하더니 동남아에서는 강남스타일보다 런닝맨인 것 같았다. 


"런닝맨에서 누가 제일 좋아요? "


"음.. 이광수!! "


"왜??"


" 재밌잖아요. 웃겨요!"


"그럼, 송중기랑 이광수랑 둘 중에 사귀고 싶은 사람은?"


" 송중기!! "


특히 이상하게도 이광수의 인기가 정말 좋았다. 유재석보다 인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 하지면 한국에서 잘 생긴 친구는 어딜 가도 잘 생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저 웁니다. 


친구들은 중국계 싱가폴 사람이었다. 특히 중국계가 많기에 여기저기 중국어가 자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곳에 일한다면 영어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중국어도 유창하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해주었다. 다음에 꼭 직장인으로 싱가폴에서 만나기를. 점심시간에 나온 거라 1시간 반 정도 짧은 시간을 함께 했다. 다음에 동남아에 온 다면 런닝맨을 꼭 보고 와야겠다.


싱가폴의 명물이라고 하면 머라이언일 것이다. 사자의 얼굴에 인어의 몸을 하고 있는 머라이언은 입에서 물을 내뿜고 있는 모습은 싱가폴의 상징 그 자체가 되었다. H와 Jane과 헤어진 후 나는 머라이언을 보러 갔고, 항상 하는 포즈인 입에서 물 내뿜는 머라이언을 따라 해 보기도 하였다. 멀리 마리아나 베이샌즈가 보였다. 또 하나의 명물인 배 모양의 호텔. 호텔 위에 멋진 배 모양의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다. 싱가폴하면 생각나는 이 두 트레이드 마크를 돌아보고는, 저녁에 식사초대 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이동했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Margaret 은 외국계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였다. 보통 마리아나 베이 샌즈 수영장은 호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Margaret은 나에게 수영장은 못 가지만, 옆에 있는 Bar는 갈 수 있는 티켓이 있다고 하였다. 베이샌즈 호텔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멋지다며 나를 그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마리나배이샌즈 호텔 루프탑 바에서 본 싱가폴 야경


Margaret의 배려로 투숙객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마리나 베이 샌즈 루프탑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술값이 엄청 비싼 탓에 제일 싼 맥주를 마셨다.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나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 나도 너처럼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서 멋지게 살고 싶어. "


" 네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는 게 아닐까? 나는 네가 더 부러운데?  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있어.  "


Margaret은 자신은 싱가폴에서 자랐지만, 국적은 인도네시아라고 했다. 그리고 종교가 이슬람이다 보니 갈 수 있는 나라들이 제한적이고 비자받기가 까다롭다고 하였다. 내가 참 부럽다고 했다. 나는 한국 국적이 얼마나 여행이 쉬운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전에 친구들이나 후배에게 여행을 못가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도전을 종용하였다. 하지만, 가는 것 자체가 힘든 친구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 생각했었는데, 나는 분에 넘치는 행운과 기회를 받은 존재였던 것이다. 


Keith와 함께 한 풋살


멋진 야경을 보여준 Margaret과 헤어지고, 다음날 나는 카우치 호스트인 Keith를 만났다. Keith는 항공사 지상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처음 보자마자 나에게 저녁에 축구하러 갈 건데 원하면 같이 하자고 하였다. 축구하면 미쳐버리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축구화가 없어 Keith에게 빌려서 근처 풋살장으로 향했다. Keith의 친구들이 모여 7대 7로 풋살을 하였다. 나는 왼쪽 윙에서 주로 뛰었다. 오랜만에 하는 축구였지만,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좋았다. Keith는 중간에서 조율을 하던데 볼터치부터 남다른 실력을 보여주었다. Keith의 친구들은 영어를 잘 못해서 의사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축구로 손짓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축구 영혼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풋살을 2시간 정도 하고 난 뒤, 친구들 까리 모여서 라면에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교 출신들이라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Keith가 중간중간 통역을 해주었고, 친구들이 짧은 영어로 직접 이야기해주기도 하였다. Keith는 싱가폴은 주로 영어를 쓰기는 하지만 많은 화교 출신들이 이곳에 있어서 중국어도 많이 쓴다고 하였다. Keith의 친구중 한 명이 자신의 와이프가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였다. 부산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한국도 두 번 가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다른 친구가 한국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물어보았다. 


" 한국 여자들은 성형 수술 많이 하지? "


나는 성형을 하지만, 소수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다들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떻게 해외로 퍼져서 그럴까. 강남이나 서면에 가면 엄청나게 많은 성형외과들 때문인가, 혹은 한류가 어떤 영향이 있었는가 왜 그런 편견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국이 성형으로 이루어진 곳이라는 편견이 조금은 기분이 나쁘기도 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너무 외모지상주의로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싱가폴에서 나는 3명의 각기 다른 카우치 호스트들을 만났다. 제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고, 상당부분 한류에 의해 한국을 알게 된 친구들이 많았다. 한국이라는 나라보다 한류에 의한 호감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면서 한국에서는 몰랐던 다양한 시각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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