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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pr 09. 2017

애들레이드의 워홀러

사람 여행 세계일주 "호주 애들레이드"


애들레이드의 워홀러

한인 민박을 가자, 주인아주머니가 내가 쓸 방을 소개해주었다. 3인 1실의 방. 마침 방에 두 명의 사람들이 있어서 인사를 나누었다. 한 명은 한 살 위의 한국 형이었고, 한 명은 2살 어린 일본 친구였다. 같이 어학연수를 하다가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세컨드 비자를 받기 위해서 농장에 일하러 애들레이드로 왔다고 했다. 1년 더 체류할 수 있는 세컨드 비자를 받으려면 일정 기간 동안 세컨드 비자를 인정받을 만한 곳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주로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하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수확이 끝난 철이라 일감이 많이 없다고 했다.


명수형과 케이와 함께 놀러간 해변에서


나는 사람을 그리워했다. 

아마도 나는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그리고 실컷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처음 만나서 몇 시간 동안 형돈이와 대준이 노래의 속사포 랩처럼 떠들어 댔다. 그들과 함께한 4일 동안 나는 다시 귀국행 항공권을 찾아보지 않았고, CVA 봉사활동도 다녀오면서 내 안의 무기력함과 외로움을 쫓아보넬 수 있었다. 처음 여행을 떠날 때는 힘들고 괴로워도 한국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서 살아남겠어!라는 포부로 시작했다. 비록 한 달 반 만에 익숙한 사람들. 익숙한 환경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CG인줄 착각할 정도로 맑은 호주의 하늘. 한인민박 집 앞에서


호주 워킹홀리데이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나는 어학연수와 워킹홀리데이를 알아보았다. 실제로 나는 캐나다 어학연수를 진지하게 준비하였다. 호주보다 한국사람도 적고, 미국과 가까운 이점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캐나다 어학연수는 뽑기 운이 있어야 했고, 나는 당첨되지 못했었다. 그래서 어학연수도 워홀도 가지 않았던 나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어학연수와 워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궁금했다.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왔으며, 실제 워홀은 어떠한지 그리고 이후의 계획은 어떠한지 워홀러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싶었다. 다행인지 몰라도 내가 5일 동안 묵었던 한인민박집은 애들레이드에서 잡을 구하려는 워홀러들이 많이 있었다. 애초에 애들레이드에서도 30분 떨어진 외곽지역에 여행객은 나뿐이었다.


내가 묶었던 한인민박은 크게 방이 세 개였다. 나와 함께 방을 쓴 한국사람 명수 형, 그리고 일본 친구 케이. 그리고 옆 방에 한국인 커플. 다른 큰 방에 세 명의 워홀러 사람들이 있었다. 커플분은 곧 방을 빼서 이야기를 해볼 기회가 없었지만, 애들레이드 마지막 날 내가 한인마트에서 삼겹살을 사서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었다. 한 워홀러분이 "정말 한국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나 보네요. "라고 말했는데,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을 보면 정말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그러면서 혼자 있는 것이 가장 편한 건 무슨 모순일까. 나는 워홀러분들과 조촐한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워홀에 대해서 수박 겉핡기 수준으로 그들의 생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1. 영어를 못하면 할 수 있는 잡이 한정된다. 

보통 워홀을 간다면 어학과 돈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로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은 돈만 잡고 온다고 한다. 실제로 영어를 못하고, 특출 난 기술이 있지 않는 한, 워홀 비자로 할 수 있는 잡 포지션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식당 서빙이나 설거지면 다행이고, 대부분 농장이나 공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돈도 많이 주는 데다 영어를 잘 못해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한다면 세컨드 비자도 나오니까 말이다. 몇몇은 한인 식당에서 일하기도 했다.


2. 외국에서는 한국사람 더 조심. 

외국에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좋은 분들도 있었지만, 워홀이라는 특수성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보았기 때문이다. 대학 후배가 한인 치킨집에서 일했는데, 호주 최저시급보다 훨씬 못 미치는 시급을 받고 일하거나, 농장은 보통 한인 브로커들이 농장을 소개해주는데 터무니없이 많은 수수료를 시급에서 떼 가는 것도 적지 않았다. 영어가 안되니 보통 그냥 브로커들 통해서 간다고 했다. 한국 워홀러분들도 훨씬 못 미치는 시급으로 농장에서 일했는데, 이런 게 열정 페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어학은 자기가 하기 나름.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학교 후배도 만났고, 워홀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만났다. 어떤 친구는 영어를 매우 잘했고, 어떤 친구는 어학연수와 워홀을 합쳐도 1년 가까이 되면서도 영어를 거의 못하는 경우도 보았다. 외국이라도 실제로 생활하는데 필요한 말은 굉장히 한정적이다. 10 문장 정도만 알고 있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워홀러분들 중에서도 농장에서 일하면서도 그곳에 같이 일하는 전 세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한 분은 놀라운 영어 실력을 보여주었다. 반면,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번 한글로 생활하는 한 친구는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전혀 발전이 없기도 했다. 그것을 보면서 어학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하는가에 따라 틀려지는 것 같았다.


나는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하지 않았다. 그저 며칠 함께 그들의 생활을 보았고, 그들이 느낀 것들을 들었을 뿐이다. 내가 느낀 점이 워킹홀리데이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그저 이렇게 생각하는 워홀도 있구나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나는 5일 동안 워홀러들과 함께 생활했다. 아마 나는 워홀을 했다면 돈을 무진장 벌었을 것이다. 대신 어학은 전혀 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힘든 환경에서 멋지게 워홀을 하고 있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자기가 어떠한 점을 잘하고 못하는지 확실히 알고, 자기에 맞는 방법으로 어학연수나 워홀이나, 유학 등을 결정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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