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여행 세계일주 "호주 애들레이드"
충동적으로 떠난 애들레이드
나는 애들레이드에 갈 생각이 없었다. 본래는 뉴질랜드에 일주일 정도 갈 계획이었는데, 왕복 30만 원 넘는 항공권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호주에만 계속 있는 다면 계획했던 예산안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판단, 나는 뉴질랜드를 포기했다. (그때는 왜 그리 예산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예산을 너무 빡빡하게 잡아버렸다. ) 그래서 멜버른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곳을 찾고 있었다. 멜버른에서 만난 일본 여자아이에게서 태즈메이니아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태즈메이니아로 떠날 까 생각해보았지만, 그곳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 지금 와서 왜 안 갔는지 후회 중이다. ) 그래서 큰 도시를 물색해보던 중, 멜버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애들레이드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멜버른을 떠나기 이틀 전, 나는 충동적으로 애들레이드로 향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할지, 어떤 도시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첫 번째 위기.
나의 세계여행 중에 가장 큰 위기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여권을 잃어버렸을 때도 아니고 사기를 당했을 때도 아니었다. 세 번의 가장 큰 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세 번 중 첫 번째가 바로 애들레이드에서였다. 애들레이드에서 나는 여행에 대한 재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여행 온 지 한달반째 일어난 일이었다. 애들레이드는 호주에서 큰 도시 중 하나이지만, 도시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관광을 하거나 흥미를 끌만한 구석이 없었다. (그나마 행운인 것은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이 곧 열린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프린지 페스티벌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했다. ) 애드레이드에서는 카우치 호스트를 구하지도 못했으며, 혼자 하는 여행에 재미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다. 어느 순간 나는 호스텔 침대에 누워 진지하게 귀국 티켓을 알아보고 있었다. 더 이상 여행이 무의미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 질문이 있었다.
"여행은 누구랑 가? 설마 혼자 가?"
" 응! 나 혼자 가! "
당시에 나는 여행 에세이 책을 탐독하고,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멋진 세계여행가의 글들을 읽어보면서 한 껏 고무되어 있었다. 여행은 고생하며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고, 혼자 하며 깨달음도 얻고 친구도 여행 다니면서 사귀는 멋진 여행을 꿈꾸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제껏 여행을 혼자 해본 적이 없었다.
뭐든지 처음 하는 것이 익숙지 않는 법. 나는 고난도의 여행을 처음부터 덜컥 시작했던 것이다. 호스텔에 가면 사람들이 알아서 반겨주고, 여행을 혼자 하다 보면 친구들이 저절로 생기고, 멋지고 재밌는 일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모든 것이 저절로 오는 법은 없었다. 누구도 먼저 다가오지 않았고, 단 한순간도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된 적이 없었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나는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었다. 힘든데 돈낭비, 시간낭비에 의미없는 여행을 계속 하기보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스펙을 쌓는게 훨씬 바람직해보였다. 그러다가 발견한 한인쉐어. 아마도 이 모든게 향수병과 혼자 있는 외로움때문이지 않을까 해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가게되었다.
한인 민박
배가 고파 주변의 괜찮은 식당을 찾던 중, 우연히 길가에 있는 게시판을 보았다. 여러 가지 광고나 소식들이 적혀 있는 종이들이 있었다. 그러다 한 광고지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한인민박을 홍보하고 있는 종이였다. 처음 오는 워홀러들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였다. 충동적으로 그래 한국사람들이랑 잠깐이라도 있으면 이 무기력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겠지. 그러고 보니 여행 한 달 반 동안 한국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날 나는 한인민박에 전화를 했고, 다음날 아침에 그곳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그곳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