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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Mar 31. 2017

꿈을 달리는 소년

사람 여행 세계일주 "호주 브리즈번"


3대째 내려오는 Deamon의 집


브리즈번에서 만난 호스트 "deamon"

애들레이드에서 국내선을 타고 브리즈번으로 날아갔다. 호주에 온 지도 3주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브리즈번에서 만나게 된 호스트는 백발의 노인 호스트 deamon이었다. deamon은 컴퓨터 수리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할아버지 때부터 계속 살아온 집이라고 자랑스레 자신의 집을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4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문도 활짝 열어놓아서 자유롭게 집을 드나 들 수 있게 하였다. 사람들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몸을 비비고 지나갔다. 그의 아내는 대학교수였다. 현재 강의를 가서 저녁에 온다고 했다. 집 안 거실에 뱀들을 기르고 있었는데, 취미로 기르고 있다고 했다. 뱀에 관심을 보이자, 엄청 좋아하시면서 뱀을 보여주었다. 굉장히 위험한 뱀도 있었고, 순한 뱀도 있었다. 그리고 만져도 괜찮은 뱀을 직접 목에 걸어주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소름이 쫙 돋는 느낌이 들었다. 으으 아직도 그 느낌이 적응이 안된다. 아, 그러고 보니 daemon의 집은 인터넷 속도가 한국 수준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에 감탄 또 감탄.



참치 불고기 볶음밥

Deamon과 그의 아내 Heather에게 과분한 친절과 배려를 받았다. 나 역시 대접해주고 싶었다. 시드니에서는 마침 한국 마트가 있어서 닭강정을 소개했는데, 여기는 한국 마트를 찾지를 못했다. 그런데 중국 마트에서 한국 불고기를 발견! 불고기만으로는 조금 부족할 듯하여, 참치까지 샀다. Deamon은 보통 저녁에 영화를 본다. 영화 시간에 맞추어, 참치 불고기 볶음밥을 선보였다. 맛은 괜찮은데, 조금 짜서 매우 미안했다. 맛있게 먹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는 신사분들. 그래도 잘 먹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우치서핑으로 공짜로 잠을 자는데, 문화교류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Deamon의 사무실


한류의 정점은 역시 게임 

deamon은 두 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는데, 조금 특이했다. 도제 스타일로 17살 친구와 12살 친구 두 명이 학교 마치고 와서 알바 형식으로 일을 배우고 있었다. 17살 친구 Patrick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유튜브로 LOL(이하 롤) 영상을 보고 있었다. 당시 나는 그 게임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프로게임방송을 가끔 보았기에 대충 알고 있었다. 그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엄지 척 올리며 롤 정말 잘한다고 말해주었다. 특히 FAKER(한국 프로게이머)의 영상을 보면서 연신 OMG을 외쳤다. 역시 한류는 게임이다. 정부는 어서 게임에 지원을 팍팍해주시길. 이렇게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사람들은 게임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안, 나 게임 정말 못해. 같이 롤 게임 한 판 하자고 하는데 거절했다. 한국사람들의 인상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꿈을 향해 달리고 있을 Zaak


꿈을 좇는 소년 Zaak 

deamon의 직원 중 유달리 어려 보이는 친구가 있었다. Zack은 이제 12살이라고 했다. 2시에 학교 마치고 와서 6시까지 일하고는 집에 간다고 했다. 우리나라라면 상상도 못 할 일. 학원에 있을 시간에 그는 컴퓨터 수리점에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부모님이 과연 쉽게 승낙해줄지 의문이었다. 왜 학교 마치고 여기서 일하는지 물어보자 간단하게 대답이 돌아왔다. I LOVE COMPUTER.


I LOVE COMPUTER

컴퓨터가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돈을 조금 받지만, 배우는 게 너무 즐겁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망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그에게서 나는 확신을 보았다. 그 나이 때 순수히 좋아하던 것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13살 때 처음으로 인터넷 소설을 써보았다. 순수히 좋아해서 쓰던 글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나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대학을 가는데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나는 Zaak에게서 어린 날의 순수하게 좋아하던 일을 하는 모습이 생각났었다. Zaak이 한국에서는 컴퓨터 수리점에 일할 수 있었을까? 꿈을 달리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Deamon의 고양이 4총사 (검은색 애만 이름이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Kitkat 이었다. )



누구나 처음인 부모

세계여행을 다녀오고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니와 병원에 같이 간 적이 있었다. 집에 가기 전에 커피 한잔 마시려고 카페에 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Jack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학원 안 다니고,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 내 아들은 학원에 안 보내고 싶어. 그러면서 한국 교육에 대한 비판을 열심히 이야기했다. 가만히 듣던 어머니는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고, 어떻게든 잘 키워보고 싶었던 것이다.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그 당시 어떠한 정보도 없고, 어떠한 방법도 몰랐기에 엄마는 으레 하던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쳤던 것이다. 어머니 잘못이 아니다. 모두가 하나의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였는데, 나는 비난의 화살을 어머니에게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Zaak의 경험은 Zaak 이 대단한 아이이기도 하지만, 호주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꿈을 달리는 소년은 지금 얼마나 달렸을까? 꿈을 달리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신발끈 묶고 달려보는 게 어떨까? 나는 지금 다시 펜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을 아들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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