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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ug 14. 2018

베트남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생애 첫 베트남에 일하러 갔다.


"축하합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2주 뒤에 서울에서 OT가 있는데 참석 가능하신가요?"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18번째 불합격 통보를 받은 전날 마신 술로 인해 비몽사몽으로 받은 전화는 나에게 꿀 같은 합격 소식을 전달했다. 나는 뒤도 생각하지 않고 당장 가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베트남으로 일하게 가게 된 것이다. 


베트남에 가고 싶었냐고 물어본다면 전혀 아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을뿐더러 아직 못 사는 나라라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실패하여 베트남으로 도망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취업준비로 지칠 때로 지쳐 있었고, 규모도 컸던 회사에서 나를 받아준 것만으로 감사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이 나에게 최종 합격을 알린 유일한 회사였다. 

아마 한국에서 한 군데라도 연락이 왔다면, 나는 베트남에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자 친구가 있었고,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가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선택이 없었던 나는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2016년 12월 27일, 베트남 호찌민 떤셧녓 공항에 내렸다. 

떠나기 전날에야 부랴부랴 짐을 챙겼던 나는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베트남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한 채 도착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다 알아서 해 주겠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었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한 나는 자신 있게 입국 심사대로 향했다. 


" 며칠 동안 있을 건가요?"


" 인턴으로 2개월 동안 있을 예정입니다."


" 비자가 없는데요?"


"네?"


심사관은 취업비자가 없다고 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회사에서 비자를 제공해준다고 한참을 설명했었다. 솔직히 나도 정확히 어떤 과정으로 비자를 받는지 모르고 있었다. 상사로 보이는 사람에게  몇 번을 더 설명하고 나서, 회사에 대한 정보와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15일 여행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비자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챙겼어야 했는데 대충 넘긴 내 탓이었다. (비자는 꼭 미리 준비하고 숙지합시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온 공항은 무더운 공기로 나를 반겨주었다. 동남아의 12월은 한국의 맹추위와 다르게 후덥 지끈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회사에서 직원이 픽업한다는 말에 정장 차림으로 입어 셔츠는 이미 땀범벅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누구이고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못 들었다.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일단 입국장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에서 내 이름이나 회사 이름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두 번 정도 둘러볼 때 한쪽 구석에서 영문과 한글로 쓰여 있는 내 이름이 보였다. 내가 다가가 물어보니 회사에서 나온 직원이었다. 


"Mr.Huy라고 불러요. 나는 물류팀에 있어요"


Huy라고 소개한 직원과 함께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중간에 은행을 들러 환전을 했다. (큰돈이 아니라면 공항이나 시내랑 차이가 크지 않기에 공항에서 환전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꼭 달러를 들고 오세요. 한국돈은 환전할 때 손해가 큽니다.) 공항에서 인터넷을 개통하고 대리님께 연락을 드렸다. 


" 대리님, 무사히 Huy를 만났습니다."


" 고생 많았어요. 오늘은 호텔에 쉬고, 내일부터 출근해주세요."


벤탄시장 근처 있었던 호텔


호텔에 도착하고 Huy는 나를 9시에 데리러 온다고 했다. 숙소는 3성급 정도로 허름해 보였지만, 있을 건 다 갖춘 곳이었다. 관광지인 벤탄시장 앞이라 위치도 좋았다. 시간은 4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첫날의 생각지도 못한 해프닝 때문인지 바로 쓰러져 잠을 청했다. 


저녁 늦게 일어나 허기진 배를 잡고 밖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었다. 쌀국수가 유명한지도 몰랐던 나는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 볶음밥과 코코넛 주스와 함께 저녁을 해결했다. 다음날, 출근이라고 하니 해외임에도 불구하고 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호텔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6시에 기상했다. 근래 가장 일찍 일어났던 시간이 아닌가 싶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갖춰 입고, 조식을 먹고, 커피 한잔해도 시간이 남았다. Huy를 기다리며 로비에서 폰으로 웹서핑을 하며 긴장감을 달래고 있었다. 그런데 대리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 영준 씨, 왜 안 오세요?"


네??


Huy는 아직 오지 않았고, 나는 무언가 잘 못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첫 출근 날은 식은땀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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