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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ug 16. 2018

베트남의 설은 일주일이라고요?

베트남의 설 (Tet)

출처: 신짜오 베트남


"영준 씨는 설날 연휴에 뭐할 거예요?"


"저는 호치민에 남으려고요."


"일주일이나 쉬는데요?"


베트남에 온 지 한 달째, 베트남 최대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국도 구정이 큰 명절이지만, 추석을 따로 쉬지 않는 베트남에서는 설날이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그래서인지 휴일도 1주일이다. 주말까지 합치면 9일 가까이 되었다. 그래서 직장상사분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가까운 다른 동남아 국가나 유럽을 가는 분들도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설날에 문을 닫는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인턴으로 온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 데다 수중에 돈이 2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부모님께 손을 빌리기 싫었기에, 그냥 호치민에 남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생각이었다. 1주일 동안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면 사람이 미치려고 한다. 


금귤나무를 싣는 오토바이, 명절이 되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베트남에서 설날은 가장 중요한 명절이라, 모두들 고향으로 내려간다. 특히,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라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이 돈을 더 준다고 해도 고향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주요 관광지의 가게들은 영업하는 곳들이 있지만, 대부분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에 여행을 온다면 시끌벅적한 호치민이 아닌 한적한 호치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간에는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베트남에 사는 한국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비행기표도 부족한 데다 가격도 급상승한다. 차라리 다른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회사에서 받은 새해 선물, 베트남도 똑같이 돈을 주고 받는다.

베트남사람들은 빨간색과 금색을 좋아한다. (중국의 영향인지도?) 그래서 명절이 되면 온통 거리와 선물들은 빨간색으로 뒤덮인다. 회사에서 설이라고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서 주던데,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현찰이 최고의 선물. 직원에게 들은 바로는 금귤나무와 복숭아나무를 선물한다고 했다. 복이 온다고 하나? 그래서 트럭이나 오토바이에 작은 나무들을 싣고 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턴 기간 동안 회사 근처 3성급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1주일 설날 기간 중 구정 당일 앞뒤로 3일은 호텔도 영업을 하지 않았다. 주변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서, 유령도시 느낌마저 들었다. 취사가 가능한 곳이라 미리 집에 먹을 것을 사두길 잘했다. 하지만, 3일 이상 갇혀있으니 너무 힘들었다. 그냥 옆에 캄보디아라도 놀러 갈 걸 후회했다. 


결국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연휴 막바지에 베트남 여행 카페에서 번개모임을 하러 갔다. 누구라도 만나야 했다. 그 모임에서 알게 된 인사대 베트남어를 공부하던 형과 친해지게 되었다. 이후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심적으로 힘들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었던 형이었다. 


그러니 구정 연휴에 베트남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특히, 호치민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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