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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ug 24. 2018

당구의 추억

베트남 생활 보고서


나의 당구 실력은 50이다. 누가 당구 좀 치냐고 하면 나는 공을 맞추는 건 안다고 할 정도로 끔찍한 실력이다. 당구는 나와 거리가 먼 스포츠였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2~3일에 한 번은 당구를 하게 되었다. 회사를 마치면 어김없이 당구장으로 향했다. 이 모든 원인은 설날 번개모임에서 만난 형 때문이었다.

(번개모임은 설날편으로 참고하세요~)


J형은 인사대에서 베트남어를 공부하는 형이었다. 형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베트남에 왔다. 퇴사를 하고 베트남에 온 케이스였다. 출장으로 왔던 베트남의 이미지가 좋아서 이곳에 취업하러 왔다고 했다. 지금은 취업 전 언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베트남에 취업 혹은 창업을 위해 베트남어를 배우러 오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J형은 당구를 매우 좋아했다. 당구 뿐만 아니라 다른 노는 것들은 다 좋아했지만, 당구를 특히 잘했다. 본인 말로는 150을 친다고 했다.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잘했다. 처음 J형을 만나자마자 당구를 친 것은 아니었다. J형과 함께 인사대에서 공부하던 H형을 만나면서 일이 시작되었다. J형과 H형은 절친처럼 항상 붙어 다녔다. 그러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었다.


H형은 50과 100 중간이었다. 50이라고 하기에는 잘 쳤고, 100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두 형들은 심심하면 당구장을 갔다. 처음에는 당구장을 가지않았지만, 재미로 한번만 하기로 하고 합류했다. 그렇다. 뭐든 시작이 어렵지 하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그렇게 항상 3명이서 당구를 쳤다. (아주 가끔 200이상치던 C형이 합류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베트남 당구장 풍경


베트남는 당구의 나라라고 착각할 정도로 당구장이 많다. 시설이 좋은 당구장부터, 주차장에 대충 다이만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당구장까지 골목골목 구석구석 넘쳐났다. 신기했던 사실은 평일 오후에도 당구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에서도 평일에 빠칭코에 있던 아저씨들이 궁금했는데, 베트남에서도 평일에 일안하고 당구장에 가득한 베트남 남자들이 궁금했다. 게다가 다들 웃통을 벗고 당구를 친다. 자신있어보이는 몸은 아닌데 말이다. 더워서 그런가. 아직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포켓볼, 3구, 4구 다양하게 있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3구나 포켓볼을 즐긴다. 우리가 자주 가던 당구장은 한인 유학생 거리에 있는 당구장이었기에 4구가 자주 보였지만, 보통은 그렇다고 했다. 베트남은 음료와 맥주를 마실 수 있었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담배를 필 수 있어서 환기가 안되는 곳은 연기가 자욱했다.  (베트남은 아직 실내 금연이 아닌 곳이 많습니다. ) 또 특이했던 점은 화이트보드에 마카로 점수를 표시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바를 정자를 그리면서 점수를 계산했다. 베트남에 왔으니 베트남 당구 문화를 따라야지.


출처: https://www.sugrue.com/vietnam



베트남 당구장에는 여성 도우미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불건전한 도우미가 아니다. 옆에서 점수를 계산해 주거나 같이 당구를 치기도 한다. (보통 점수 계산을 많이 한다.) 매일 여기서 당구를 쳐서 그런지 몰라도 당구를 정말 잘친다. 당구장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규모가 있는 당구장을 가면 점수를 계산하고 있는 도우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J형은 내기 당구를 정말 좋아했다. 보통 당구비 내기이거나 음료수 내기였다. J형은 당구는 돈을 쓰면서 배우는 것이라 했다. 실력별로 어드밴티지가 있었지만, 내가 항상 졌다. (한번인가 두번 이긴적이 있다.) 그렇게 열심히 배웠으니 실력이 늘었을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조금 늘긴했지만, 시간과 돈에 비례하면 형편없었다. 재능이 없는 것일까..


5월초 H형이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당구는 나와 멀어졌다. J형도 당구보다 공부에 매진했고, 나 역시 굳이 당구를 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당구도 자꾸 하다보면 재미가 있었다. 쓰리쿠션을 맞추거나 연속으로 3번 점수를 낼 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무언가 정을 붙일 곳이 필요했을 지도 모르겠다. 인턴기간 혼자서 끙끙 힘들어할 때, J형을 만났다. J형의 행동들은 궁상떨지말고 나가서 놀자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H형이 가기전까지 2달정도 였지만, 당구는 삶의 탈출구였다.




베트남 당구 문화에 대해 더 알고싶으시면 아래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http://mkbn.mk.co.kr/news/view.php?year=2018&no=368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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