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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ug 26. 2018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베트남 생활 보고서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사람 수만큼 많다.



신입생 시절, 친구와 함께 울산 일산지에 간 적이 있다. 울산에 살던 친구는 나에게 신기한 거 보여준다고 눈을 감아보라고 했다. 눈을 떠보니,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이 보였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게 늘어선 오토바이들. 현대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의 퇴근길 풍경이었다.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울산의 충격은 새발의 피였다.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어딜 가도 오토바이뿐이었다. 남녀노소 모두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고, 3명 이상 탄 오토바이도 심심찮게 보였다. 오토바이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곡예를 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동남아들도 다 그렇지 않나?라고 물어볼 수 있다. 필리핀과 태국, 캄보디아를 다녀온 결과 유독 베트남이 오토바이가 심하게 많다. 특히, 출퇴근길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여서 완전 아수라장이 된다. 앞으로 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베트남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베트남의 오토바이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주관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많은 베트남

베트남은 최근 7%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고공 성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 1인당 GDP가 2300달러(2017년 기준) 정도다. 월급이 평균 20-25만 원이라 가정한다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대안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게다가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한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출퇴근길에는 어마 무시하게 많은 오토바이를 볼 수 있다. 여행을 오신다면 출퇴근 시간에는 무조건 이동을 피하시길. 


오토바이 = 혼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토바이 브랜드는 단연 혼다이다. 거의 독과점 수준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베트남 가서 웬만한 오토바이는 다 혼다라고 보면 된다. 그 뒤는 야마하와 스즈키가 뒤따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일본 기업들이 베트남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유통망을 빠르게 구축하여 지금의 베트남의 오토바이 시장을 점령했다. 베트남에 오면 일본 기업의 무시무시함을 볼 수 있습니다. 어딜 가도 일본 기업이 관여 안 하는 산업이 없습니다. 



호치민 시내투어 베스파 투어


여자에겐 피아지오 베스파 

베트남 여자들이 귀여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실 수 있다. 베트남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피아 지오사의 베스파(Vespa)이다. 귀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 때문에 인기가 많다. 가격도 다른 오토바이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도 타고 다니는 애들은 타고 다닌다. 오토바이가 정말 귀엽고 이쁘다. 


호치민 시내는 베스파로? 

호치민 시내를 베스파 오토바이로 투어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다양한 여행사에서 베스파 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확인해보고 참가하면 좋을 것 같다. 시내가 복잡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구경하는 재미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특별한 여행이 될 것 같다. 베스파가 아니라도 인력거나 다른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호에 맞게 즐기면 될 것 같다. 


오토바이 타는데 자전거 헬멧? 

베트남은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 착용이 의무이다. 하지만, 헬멧만 쓰면 되기에 대부분 사람들이 자전거 헬멧을 쓰고 다닌다. 오토바이 헬멧은 정말 보기 힘들었다. 헬멧도 제각기 개성이 넘친다. 캐릭터가 그려진 헬멧부터 기업광고가 달린 헬멧도 있다. 기업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이벤트 선물로 헬멧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탈 때 헬멧을 쓰지 않으면 벌금을 물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탈 경우 주의하기 바란다. 


이미 생활 깊숙히 들어온 Grab


쎄옴에서 그랩으로 

쎄옴이라고 아는가? 우리로 말하면 개인택시 같은 느낌이다. 개인 오토바이가 택시 역할을 하는 것이 쎄옴이라 불렀다. 쎄옴은 택시보다 싸고, 지옥 같은 도심 교통에 최적화된 교통수단이었다. 쎄옴은 항상 미리 금액을 흥정해야 했다. 장소를 말하고, 금액을 서로 합의하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기에 외부인이나 관광객들은 바가지를 당하거나 이용하기 매우 어려웠다. 

베트남에 그랩과 우버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형태가 180도 바뀌었다. 핸드폰으로 오토바이를 부를 수 있었고, 가격도 거리에 맞게 자동으로 책정되었다. 더 이상 흥정하거나 쎄옴을 부를 필요가 없게 되었다. 현재는 우버가 철수하고 그랩만 남았지만,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 오히려 완전히 베트남을 장악했다. 한인 유학생 거리에 쎄옴이 보이긴 하지만, 호치민에는 거의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그랩 오토바이는 경쟁력이 있다. 특히 1군 시내는 1만~3만 동(500~1500원) 정도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교통이 불편한 호치민에서 오토바이는 가격 면에서도 매우 경쟁력 있는 운송수단이다. 


택배 역할도 하는 오토바이 

오토바이는 주요 택배 운송 수단이다. 라자다 (베트남의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어김없이 택배 물건을 실은 오토바이가 1층에 대기하고 있다. 또한 그랩 오토바이로 물건을 다른 곳으로 택배 보낼 수도 있다. 오토바이가 주요 운송수단인 베트남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오토바이에 맞추어진 인프라 시설 

" 집도 구했으니 오토바이 하나 사시죠? "


내가 집을 구할 때 도움을 준 부동산 사장님의 말이었다. 


" 오토바이 사고를 많이 봐서, 아직 생각은 없습니다. "


" 진정한 베트남은 오토바이를 타면서 시작돼요. " 


베트남에 오면 놀라는 사실 중 하나는 인도가 잘 없다는 사실이다. 중요시설이나 관광지에는 인도가 있지만, 대부분 인도가 부실하게 되어있다. 중간에 가다가 끊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횡단보도가 없는 곳도 많다. 모든 시설 인프라가 오토바이에 맞추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걸어서 가거나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이 많다. 오토바이를 타야만 진정한 베트남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나는 오토바이 사고를 두려워 타지 않았다. 보기에 베트남은 너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그랩 오토바이나 지인의 오토바이를 함께 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확실히 오토바이가 있고 없고 베트남에 살면서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 이유 

나는 베트남에 있는 동안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고려했다. 오토바이가 있으면 확실히 움직이는데 편했고, 매번 택시나 우버를 타야 했는데 요금이 누적되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집에 가던 길에 오토바이 사고를 목격했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오토바이 앞에 서있는 것을 보고 난 이후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그만두었다. 베트남에 지내면서 오토바이와 차와 접촉사고를 자주 목격했다. 살짝 쿵 박은 경우에는 욕한 바가지 서로 하고 제 갈길 가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블랙박스를 달지 않은 차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베트남의 교통질서가 부산보다 훨씬 심할 정도 개판이었다. 그 속에 질서가 있다고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도전하고 싶지 않았다. 베트남에 사는 한국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무엇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한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반대다. 굳이 탄다면 도로가 넓고 어느 정도 정돈된 부촌 지역(2군이나 한인타운 등등)에서 타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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