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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11. 2018

베트남에서 대통령 선거

베트남 해외생활 보고서 

2016년 겨울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나는 뉴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알게 되었고, TV로 촛불들의 행진을 지켜보았다. 경상도에 거주하는 지라 서울의 촛불시위는 그저 TV로만 보고 있었다. 2016년 12월 촛불시위가 막바지로 가는 중, 나는 서울로 향했다. 서울의 거주하는 친구와 함께 촛불을 들었다. 광화문에서부터 시작된 촛불은 종로 일대를 뒤덮었다. 하나는 조그만 촛볼이었지만, 그 촛불이 모여 거대한 불길이 되었다. 


12월 겨울의 불길


시간이 지나 대통령은 탄핵이 되었고, 나는 베트남으로 갔다. 베트남에서도 탄핵 사건은 예사 사건이 아니었다. 사장님께서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기에 점심식사를 함께 할 때면 어김없이 정치 이야기가 올라왔다. 보통은 사장님이 이야기했고, 나는 듣는 입장이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사회에서도 탄핵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소처럼 업무를 보던 중 외교부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처음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엄청 걱정해주던 외교부가 그 이후로는 코빼기도 안보이던데, 갑자기 문자가 온 것이다. 바로 재외국민 투표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다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었고, 연일 대통령 후보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었다. 특히,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가 유력 후보로 대두되고 있었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하는 선거인 데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치르는 선거였다. 나는 재외국민 선거를 홈페이지에서 등록했다. 클릭 몇 번만으로 호치민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등록이 되었다. 내가 사는 호치민에 대사관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회사에서 차를 타고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어 매우 편리했다. 신문기사를 보면 몇천 킬로를 이동해서 투표를 하는 사람들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투표는 영사관이나 대사관에서 보통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사관에서 멀리 있는 사람들은 대사관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베트남 호치민 영사관


이번 대통령 선거는 투표를 많이 독려하는 편이었다. 재외국민 선거는 선거날보다 일찍 시행된다. 미리 한국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투표 기간이 짧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간도 길었다. 또한 푸미흥 한인타운은 특별히 임시투표소를 마련하여 대사관까지 가지 않아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편의가 제공되었다. 


투표 날, 회사의 모든 한국 직원들이 함께 가서 투표를 했다. 처음으로 호치민 영사관에 들어가 보았다. 점심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여권을 보여주자 바로 나의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놀랐다. 기다린 시간 합해도 10분 만에 끝난 것 같다.



한국은 남녀노소가 갈등하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열되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나도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를 밖에서 하지 않는다. 괜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토론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말이 맞고 너의 말을 틀렸다는 흑백논리가 만연하는 사회에서 다양성은 존중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보니 생각보다 한국만 헬조선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외국은 외국 나름대로 지옥이 존재하고 천국이 존재했다. 한국이 훨씬 좋은 점도 있었고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한국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는 과정에서 갈등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소중한 한 표를 투표하면서 나의 미미한 한 표이지만, 이 한 표가 좀 더 나은 한국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사람들도 힘들지만 시간을 내어 투표하러 멀리서 와서 소중한 투표를 행사하고 있었다. 한국을 거의 갈 일 없는 분들이었지만, 더 나은 한국을 위해 투표를 행사하고 있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다양성이 풍부한 더 나은 한국을 상상하며 투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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