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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Oct 31. 2018

베트남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베트남 생활 보고서 

영화를 보러 롯데시네마로 

내가 살던 호치민 2군 타오디엔 지역에는 영화관이 무려 3곳이나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 그리고 로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CGV의 경우 한국과 인테리어가 99% 흡사하다. 잠깐 착각을 할 정도. 로컬 브랜드 영화관이 가격이 더 싼 편이지만, 한국영화는 CGV나 롯데에서 독점으로 들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 위치나 편의성 면에서 롯데시네마를 더 이용을 많이 했다. 


어느 날씨 좋은 날. 지인과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롯데시네마로 향했다. 2군 주상복합상가 칸타빌 건물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곳에는 한국 뷔페 브랜드 드마리스도 함께 들어와 있다. 덕분에 한국사람들은 매우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커피 한 잔 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다. 


호치민의 롯데시네마와 CGV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영화관은 꽤 높은 층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보통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그날도 의심 없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4층에서 3층으로 내려가던 중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덜컹덜컹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말이다. 불이 잠시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온 몸이 얼음이 되고 말았다.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4층과 3층 사이에서 멈추어 있었다. 안에는 나와 지인을 포함해 한국인 가족 4명, 커플 2명 하여 총 8명이 탑승해 있었다. 그렇다. 나는 인생 처음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경험을 했다. 그것도 베트남에서 말이다.


추측해 보건대, 우기 시즌에는 특히나 정전이 잦았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해 멈춘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베트남 커플 중 남자가 경비실 직통 벨을 누르고 상황을 설명했다. 뭐라 뭐라 서로 떠들던데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구출해 달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베트남 커플이 없었다면 큰 일 날 뻔.. 경비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마이크 상태도 좋지 않아서 베트남 사람이 이야기해도 잘 못 알아 듣는 지 한 참을 설명했다. 궁금한 건 멈추었으면 빨리 기술자를 보내줘야하는데 뭐 그리 상황 설명을 오래 말하는지? 베트남 커플이 설명만 10분 넘게해서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다. 솔직히 여기서 말할게 3,4층 사이에 멈추었어요. 정도 밖에 없지 않은가? 


농담이라도 하면서 긴장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지만, 그냥 온몸을 덜덜 떨기만 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실과 연락은 3-4번 더 이어졌다. 도중에 잠깐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덜컹덜컹. 내 심장도 덜컹덜컹. 아이들 2명은 철없이 방방 뛰었다가 부모님에게 엄청 혼났다. 방방 뛰어서 엘리베이터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트라우마가 무섭더라. 

엘리베이터는 30분 뒤에야 정상 작동했다. 3층에서 문이 열렸고, 빛의 속도로 빠져나와서 계단으로 내려갔다. 인생을 살면서 또 갇혀볼 경험을 할지 모르겠지만, 가장 강력한 기억이었다. 나는 트라우마라고 할 만큼 극적인 순간이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엘리베이터만 타면 나도 모르게 불안과 긴장이 된다. 2-3달 동안은 계속되었다. 솔직히 지금도 높은 층 아니면 최대한 계단을 이용하려고 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 중 하나였다. 여담이지만, 그 이후로 롯데 시네마 말고 CGV를 갔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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