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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05. 2018

베트남에서 집을 구하다

베트남 생활 보고서


베트남 호치민의 나의 첫 숙소는 벤텐시장 앞 3성급 호텔이었다. 그리고 인턴기간 동안 여러 호텔들을 전전했다. 내가 지냈던 호텔들은 2-3일에 한 번 깨끗한 이불이 놓여있었고, 매일 깔끔하게 다려진 옷들이 준비되었다. 빨래와 청소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방 크기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과 집이라고 느껴지기보다 잠깐 머물다 옮겨야 하는 임시숙소 같은 느낌이었다. 정규직이 된다면, 가장 먼저 집부터 옮기기로 결심했다. 

 

윙티민카이 유학생거리


처음으로 고려한 곳은 1군 인사대 근처 윙티민카이 유학생 거리 원룸이다. 회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인사대가 있다. 윙티민카이는 베트남어를 배우는 인사대 유학생들이 머무는 원룸촌이 형성되어 있다. 보통 방값은 250달러에서 350달러 선으로 형성되어있다. (그 이상되는 곳도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이 정도선이다. ) J형과 H형도 유학생 거리인 윙티민카이 거리에 살고 있었다. 인턴기간 동안 몇 번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나쁘지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집주인과 같은 건물에 살아서 밤늦게 들어올 때는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유학생 거리는 베트남에 처음 와서 적응하기에 매우 좋은 옵션이었다. 1군에 위치하여 시내 중심과 매우 가까웠고, 다양한 외국인들이 살고 있어서 적응하기 수월했다. 1 군치고 저렴한 비용도 한몫했다. 윙티민카이에 가면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윙티민카이에서 집을 구한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Room For Rent라는 팻말이 걸린 집은 방이 있다는 이야기다. 전화번호를 대부분 공개하고 있어, 집주인 혹은 관리자에게 연락해 직접 방을 보고 세부적인 옵션과 월세를 딜을 해야 한다. 일일이 해야 하기 때문에 2-3일 정도 돌아다니면서 방을 구해보는 게 좋다. 전기세는 따로 내는지, 와이파이는 되는지, 방에 가구는 얼마나 제공 가능한지 등등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2달간 지냈던 일본인거리 원룸


하지만, 나의 첫 집은 일본인 거리에 위치한 집이었다. 정규직이 종료 하루 전에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집을 당장 구해야 했다. 유학생거리는 보통 발품을 팔면서 하나하나 들어가 보고 집주인과 딜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당장 내일 짐을 옮겨야 하는 나에게 시간을 두고 집을 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인사팀에서는 이전 부장님이 잠시 살았던 일본인 거리 원룸을 추천해주었다. 바로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인사팀의 Ms.Uyen과 함께 집을 보러 갔다.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는 일본인 거리 사이에 위치한 원룸은 보기에 괜찮았다. 게다가 회사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당장 계약을 했다. 유학생 거리보다 15만 원 정도 비싼 가격이었다. 보통 일본인 거리는 한 달 400달러에서 600달러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회사와 가까웠고 원룸의 상태가 훨씬 좋았기에 크게 생각하지 않고 한 달씩 계약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일본인 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출퇴근 시간이 합해서 10분도 안 걸린다는 점이었다. 이건 정말로 큰 장점이다. 출근시간이 아침 9시인데, 8시 30분에 집을 나와도 커피 한잔 들고 올라올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일본인 거리는 유흥거리와 매우 밀접해 있었고, 항상 시끄러운 동네였다. 잠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흥 한복판에 집이 있는 것은 고역이었다. 게다가 집도 가격에 비해 좁았고, 빽빽이 붙어있는 집들 덕분에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이 해를 잘 못 보면 우울해진다고 하지 않은가. 나는 다시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 이제 정규직이니, 아파트에 사는 건 어때요? 햇빛도 제대로 보고 사람답게 사는 것 같을 거예요"


점심을 함께 먹던 과장님께서 내가 집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아파트를 추천해주었다. 지금 사는 원룸에서 돈을 조금 더 얹으면 훨씬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1군 밖으로 나가야 했다. 나는 원룸에서 벗어나 아파트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7군 푸미흥 한인타운.


내가 집을 구하러 다닌다는 소식을 부서 차장님이 듣고 부동산 한 군데를 추천해주셨다. 자신이 집을 옮길 때 도움을 준 곳이라 했다. 부동산 붐이 일어나고, 한국사람들이 대거 베트남으로 오면서 한인 부동산이 굉장히 많았다. (베트남 재벌 순위에도 부동산 재벌이 순위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호치민에 오면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이 미친 듯이 올라가는 빌딩들과 아파트 들일 것이다. 정말 아파트들이 많고, 많이 짓고 있었다. 


나는 한인타운이 위치한 7군 푸미흥과 2군 타오디엔 지역을 후보로 올렸다. 1군은 회사와 가까워 좋았지만,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어, 조금 외곽지역으로 가기로 했다. 7군은 신도시로 한국 국제학교가 위치해 있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7군 푸미흥 지역에 살고 있다. 실제로 가보면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착각할 정도이다. 베트남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어만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이다. 그렇기에 한국사람들을 위한 모든 서비스가 잘 되어 있고, 치안도 양호한 편이다. 도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베트남이라기보다 LA느낌이 나는 곳이다. 


1년간 지냈던 타오디엔 아파트


2군 타오디엔 지역은 유럽과 북미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부촌이다. 유럽 국제학교들이 모여있어, 자연스럽게 유럽 사람들이 많이 밀집해있다. 다만, 유럽 사람들은 타오디엔 안쪽 저택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아시아 쪽 사람들은 큰길 쪽 아파트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차이였다. 부동산과 함께 타오디엔 지역을 돌아보았다. 부동산은 타오디엔지역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지역이라 이야기해주었다. 이 지역 아파트들은 원룸 기준(거실+방 1개) 한 달 600달러에서 700달러 선에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한국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유럽의 느낌이 강한 타오디엔지역으로 결정했다. 회사도 차를 타면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미흥은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출퇴근 시간에는 40분 이상 걸린다. 


아파트는 계약 시 2달치 월세만큼 보증금을 내야 한다. 한국의 미친듯한 보증금에 비하면 양반이다. 집주인의 배려로 와이파이 설치나 가구 등등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집주인을 잘 만나야 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집주인이 불편사항을 거의 대부분 친절히 받아준 반면 그렇지 않아서 고생하는 지인도 보았기 때문이다. 


우기가 시작되면서 나는 타오디엔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짐이 별로 없었기에 차 한 대로 금방 옮길 수 있었다. 2군 지역은 좋은 동네였다. 평화로웠고, 치안도 좋았으며, 힙한 카페와 공간들도 많았고, 외국인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가 많이 열렸다. 나는 호치민으로 관광 온다면 이곳을 소개해 주고 싶다. 


2군 타오디엔으로 집을 옮기고 드디어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일 아침 놀라울 정도로 강한 햇살이 나를 깨워주었고, 헬스장과 수영장을 이용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역 주민이 되었다는 소속감도 들었으며, 이곳의 사람들과도 친해졌다. 이전에는 항상 떠날 수 있는 여행자 같은 삶이었다면 2군 아파트로 이사하고부터 호치민 주민으로 삶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베트남에 온다면 (혼자 오시는 분들 기준입니다. ) 먼저, 유학생 거리에 자리를 잡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혹은 회사 근처로 잡으세요. 2-3달 적응기간을 거치고, 본격적으로 아파트를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자녀가 있으시다면 학교 근처로 가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산다면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곳으로 이동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1군과 2군, 7군 모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곳 이외에도 다양한 곳이 있으므로 직접 알아보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알아보기보다 몇몇 군데 부동산을 함께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부동산마다 가지고 있는 매물이 다릅니다. 게다가 허위매물이거나 계약사기가 있을 수 있으니 해외에서는 부동산을 끼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계약 이후에도 부동산에서 계속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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