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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Jun 20. 2019

해외 살아보니 한국이 좋아 보여

 김해공항을 빠져나오니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호찌민의 더운 공기와 다르게 한국의 아침은 여전히 차가웠다. 다시 온 한국. 2년 전 호치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의 무대는 베트남이 되었다. 처음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베트남과 한국의 차이를 열심히 이야기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베트남이지만 한국과 다른 매력이 있다고 친구들에게 열변을 토한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 나의 일상은 호치민이 되어버렸다. 한국을 방문할 때면 고향에 돌아간다는 기분보다 잠깐 외국에 여행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보다 호치민이 더 편해지고 익숙해져 버린 것이었다. 오히려 한국보다 베트남에 빨리 가고 싶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랜만에 한국을 다녀왔다. 동생의 졸업식 겸 겸사겸사 5일 정도 다녀오게 되었다. 5일 동안 동생이랑 부모님, 친구들을 만나면서 바쁜 일상을 보냈다. 마지막 날 혼자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문뜩 창 밖을 바라보자 사람들이 지나가는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느끼지 못했던 혹은 그간 익숙해져 버렸던 것들이 한국에서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오토바이가 도로를 점령할 정도로 많지 않고, 핸드폰을 손을 들고 다녀도 소매치기당할 위험이 없고, 카페에 노트북을 놔두어도 전혀 걱정되지 않으며, 아침에 시끄러운 소음을 들으며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조깅을 할 수 있다. 선진국보다 훨씬 좋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느낄 정도로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연히 독일에서 일하는 지인과 연락이 되었다. 전에는 자주 연락을 했지만 그간 뜸했는데 다시 연락이 된 것이다. 독일에서 삶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선진국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국이 무조건 좋은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외국에서의 삶이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고, 유토피아처럼 낙원도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던 점들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처음 베트남은 한국보다 훨씬 좋은 나라로 보였지만, 불편하고 답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더 이상 베트남이 좋게만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 베트남에 살고 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현실도 있고, 베트남이 아직까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준다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최고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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