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냄새가 짙어질수록 엄마를 씻기는 일도 싸움이 되었다.
“엄마, 더우니까 씻어요.”
“나 안 더워. 추워 죽겠어.”
한참을 설득해도 “아까 씻었으니 안 씻어도 된다”고 우기실 때가 많았다. 겨우 변기에 앉혀 드리면, 갑자기 변기물에 손을 넣어 뒷물을 하려 하셨다.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엄마, 그 물은 깨끗하지 않아요! 그 물로 씻으면 어떡해요?” 그러면 엄마는 태연하게 말씀하셨다.
“왜 더럽노? 말갛고 깨끗하기만 한데.” 엄마는 아마도 어린 시절 집 앞 도랑물을 떠올리신 듯했다. 그 시절의 흐르는 물보다 이 물이 더 깨끗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몇 번이고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놀라서 소리를 치고 안절부절못했는데, 그 탓인지 요즘은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언제 또 같은 상황이 찾아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목욕을 할 때마다 싸웠는데, 차츰 요령이 생겼다. 변기 위에 앉은 엄마의 옷을 벗기면서 냄새가 나니까 빨리 씻자고 했다. 처음에는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 엄마는 부끄러웠고, 나는 지쳐 있었다. 옷을 벗기다 보면 런닝을 세 겹, 네 겹이나 겹쳐 입고 계실 때가 있었다. 저녁에 서랍을 뒤져 보이는 대로 꺼내 입고, 그 위에 또 다른 옷까지 더 껴입으신 것이다. 어떤 날은 내 작은 런닝을 두 개나 안쪽에 겹쳐 입은 채 하루를 보내셨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나의 참을성은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곤 했다.
치매 환자 뒤에는 괴물이 따라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멀쩡하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고, 억지를 부리고, 때때로 믿기 힘든 힘을 쓰기도 하니 그런 말을 하는지를 알았다. 마침내 그 괴물이 우리 엄마에게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괴물은 엄마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도 있었다. 엄마 뒤와 딸 뒤에 각각 다른 괴물이 숨어서 우리를 조종하듯, 우리는 그 공격을 아무런 방패 없이 그대로 맞고 있었다.
엄마의 논리는 단순했다. 그 단순함이 나를 무력하게 했다. 내가 정리한 것들은 다시 흩어졌고, 내가 계획한 하루는 언제나 엉망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스스로를 돌보려 애쓰고 있었다. 그게 엄마의 방식이었다. 접시를 서랍에 숨기고, 먹던 과일을 가방에 넣고, 보자기에 옷을 싸며 떠날 준비를 하는 엄마를 보면서 생각했다.
치매를 겪는 엄마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기로 했다. 어쩌면 엄마의 마음 속에 치유의 해답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엄마를 더 다정히 세심히 돌봐드리면 엄마는 마음을 열고 훨씬 부드러워졌다. 엄마의 치매가 불행한 삶의 시작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함께 증명해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역지사지…내가 엄마의 입장이라면… 엄마에 대해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다른 환자를 돌보는 것과 달랐고, 돌보다가 자신까지 치매가 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압도적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무슨 용기로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섰나 싶기도 했다.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잘라 말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말은 맞기도 했고, 틀리기도 했다. 다양한 조언들은 참고만 하고, 결국 내가 중심을 잡고 엄마와 살아가야 했다.
무엇보다 나는 말의 온도를 조금 더 높이기로 했다. 먼저, 하지 않기로 한 말들을 떠올렸다. “왜 또 그래요.” “그건 아까도 했잖아요.” “정신 좀 차려요.” “엄마, 그건 틀렸어요.” 그 말들은 옳았을지 모르지만 필요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자주 하기로 한 말들을 마음에 천천히 새겼다. “괜찮아요, 엄마.” “좋아요, 그렇게 해요.” “같이 해볼까요?” “엄마 덕분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딸 곁에서라면 엄마가 화를 낼 이유도, 마음을 닫을 이유도 조금은 줄어들었을지 몰랐다. 그랬다면 치매의 속도 또한 아주 조금은 느려졌을지도 모르는데도 그 들을 매번 꺼내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오늘도 그 질문을 가슴 깊이 품은 채 엄마의 곁에 날 것으로 서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엄마가 무심히 말했다.
“미안해.” 무엇이 미안한지 묻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너를 더 힘들게 하지 말고 집에 가야지”라는 말을 수없이 해오셨다. 하지만 그날은 두서없이 던진 한마디였고, 마치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끝낸 것처럼 들려서 가슴이 울컥했다.
비록 엄마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여전히 엄마는 엄마였다. 아직도 자신의 체면을 알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