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작별 인사

by YYMassart
Y. Y. Massart, <탄식하는 오르페우스>, 2021년 9월 (Alexandre Seon의 작품에서 영향)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 인간의 삶에 판타지를 접목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화 속 공간에선 죽은 자와 말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죽은 자가 다시 되살아나 신이 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인간이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는 일도 벌어진다. 그곳에선 불가능한 일들이 실현된다. 이처럼 이성적으론 믿을 수 없는 삶을 그린 이야기이지만 왠지 그런 불가사의한 공간이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나는 신화 속 인물 중에 배우자와 사별한 음유시인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


여기 그림을 보자. 한 남자가 비탄에 잠겨있다. 리라의 명수 오르페우스이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와 결혼하며 행복한 삶을 꿈꿨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의 행복을 앗아갔다. 신화는 그의 불행한 운명을 통해 한 인간이 겪게 되는 고통, 아픔, 죄책감 그리고 염원을 잘 묘사했다.


어느 날 신부 에우리디케는 물의 요정들과 함께 풀밭을 거닐다 뱀에 물려 죽는다. 슬픔에 잠긴 오르페우스는 애도의 시간을 가진 후 지하 세계로 내려간다. 그는 무덤에 묻혔던 망령들 사이를 지나 페르세포네와 죽음의 신 하데스에게 다가갔다. 신들 앞에서 그는 아내를 이승으로 데려가겠다는 일념으로 리라의 현을 치며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저는 이 어두운 저승을 구경하러 온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곳에 내려온 이유는 아내 때문입니다. 독사가 그녀의 꽃다운 청춘을 앗아갔습니다. 신이시여, 제 아내의 불쌍한 운명의 실을 다시 짜주세요. 우리 모두 언젠가는 저승으로 오게 됩니다. 제 아내도 그렇습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일찍 죽은 제 아내를 잠시 저에게 빌려 주세요. 저와 함께 이승에서 더 살더라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만약에 신께서 거절하시면 저는 이곳에 아내와 함께 있겠습니다.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죽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함께 죽을 수 있는 오르페우스의 애달픈 연주는 신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내 에우리디케는 신의 지시에 따라 그림자들 사이에 있다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신은 오르페우스에게 이승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아내를 뒤돌아보면 안 된다는 조건을 말했다. 그렇게 신의 허락을 받고 그는 아내를 데리고 이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신의 지시대로 아내는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걷는 곳은 가파르고, 식별이 안 되고, 짙은 안개가 싸여 있었다. 그는 계속 걸었다. 그때 저 멀리 이승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르페우스는 다 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걱정되었다. 잘 따라왔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에 그만 뒤돌아보고 말았다.


그 순간 아내는 다시 미끄러져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팔을 내밀어 아내를 구하려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바람뿐이었다. 그렇게 남편은 아내를 다시 한번 잃게 되었다. 그때 그의 귀에 들릴락 말락 한 소리. “안녕!”. 에우리디케는 그제야 남편 오르페우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안녕!”이란 한마디의 소중함을 안다. 내 남편은 쓰러진 후 한마디 말도 못 하고 9월 2일에 떠났다. 한 삶이 마감되는데 말 한마디도 할 수 없다니,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었다. 그런데 그날로부터 27일이 지난 후, 남편은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9월 29일 아침 9시쯤, 나는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바로 남편이었다. 서로 마주한 우리. 그런데 신기했다. 나는 내가 꿈속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남편이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다. 더 신기한 것은 남편도 알고 있었다. 남편은 나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작별의 키스했다.


나는 울며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나를 원망하지 않는지? 남편은 따뜻한 눈빛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왜, 당신을 원망해."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남편을 다시 꼭 끌어안았다.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그때, 내 귀에 들린 소리. “여보, 당신 얼굴 보게 고개를 들어봐.” 남편이 사라질까 봐 두려웠던 나는 남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마지막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남편을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얼굴을 들고 남편의 눈을 보았다. 남편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 후 사라져 버렸다.


나는 통곡하며 눈을 떴다. 마음 한 구석이 메어지도록 아파 남편의 베개를 껴안고 통곡했다. 그리고 나는 눈물을 흘리며 일기장을 폈다. 그렇게 남편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내 마음속에 그리고 일기장에 남겼다.


남편이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믿기로 했다. 영혼의 존재에 대한 진실은 내가 저 세상으로 떠나는 날 알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이 소중한 순간은 내 마음에 담겨 있을 것이다.




Y. Y. Massart, <여보, 가지 마!>,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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