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에게

2022년 3월 10일

by YYMassart
Y. Y. Massart, <3월 어느 날, 파리의 세느 강변에서>, 2022년 3월




2022년 3월 10일, 사랑하는 당신에게


오늘은 조금 쌀쌀하고, 하늘은 파랗고 흰구름이 조금 보여요. 나는 집에서 나왔어요. 루브르 박물관 역에서 내려 천천히 걸으며 새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구경해 보려고요. 걷다가 루브르 학교에서 나온 학생들을 구경했어요.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떠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니 그들의 젊음이 부러웠어요. 대학생활을 충실히 하는 학생들, 정말 멋져 보였어요. 내가 이 학교 다닐 때도 누군가의 시선에는 멋져 보였을까요? 신기해요. 우리는 늘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해요.


오늘은 지인과 함께 오르세 박물관에 가기로 했어요. 시간이 남아 나는 센 강을 바라보며 난간에 기대어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내 앞에 바토무슈가 지나가네요. 사람들은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요. 아니, 내가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오르세 박물관을 찍고 있는 거예요. 저 사람들도 아프고, 슬프고, 괴로울 때가 있겠죠. 그래도 오늘은 모두 웃고 있네요. 나 또한 저 평범한 사람들처럼 웃고 싶어요. 하지만 웃을 수는 없어요. 그래도 미소는 짓고 저들을 바라봐요. 잘했죠.


당신과의 추억은 모두 그대로 간직한 채, 나의 우울한 감정만 벗어던질 수 있다면 나도 저 사람들처럼 웃을 수 있겠죠.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어쨌든 오늘은 집에 있지 않고 이렇게 나왔어요. 지금의 내 모습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보여줄 수 없어서 편지를 쓰고 있어요. 부칠 수 없다는 것은 알아요. 그래도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를 편지로 남겨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너무 많은 편지를 쓰는 바람에 당신이 그곳에서 ‘나중에 읽을게!’라고 말하는 상상도 해봐요.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며 수다스러워지고 싶어요. 너무 시끄러우면 말해줘요. 나의 편지로 당신과 나는 계속 연결되어 있을 거예요.


내가 길을 걷는 모습을 보고, 나를 칭찬하며 환하게 웃을 당신을 떠올리면 마음이 찡해요. 당신은 이곳에서 나와 함께 걷고 싶을 테니까요. 나는 당신의 모습이 궁금해요. 당신은 나의 모습이 궁금한가요? 나는 3살 더 먹었어요. 아! 어쩌나, 그럼 이제 우리는 7살이나 차이가 나는 건가요. 나중에 내가 할머니의 모습으로 당신에게 가도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요.


약속시간이 됐네요. 오늘은 박물관 안에서 커피도 마실 거예요. 나중에 어느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리고 커피맛은 어땠는지 이야기할게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추신,

내 꿈에 찾아와 내 편지에 대해 말해주는 것 잊으면 안 돼요. 답장을 한 장도 못 받는 것은 슬프거든요.

10장의 편지에 한 장의 답장(한 번의 만남) 정도면 나는 충분해요. 그럼 꿈에서 봐요.

만약에 오랫동안 머물다 갈 수 없으면 잠시 얼굴만 보여주고 가도 괜찮아요.





2022년 10월 13일

가끔 당신에게 쓰는 편지도 브런치에 올리고 있어요. 이렇게 긴 편지는 처음 올리네요. 걱정마요. 비밀 편지는 안 올려요. 그 편지는 당신 말고는 아무도 못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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