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루브르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어요.
루이 14세 동상 앞에서 맞이한 세 팀의 손님들.
다행히 일찍 오셔서
‘오늘은 순조롭게 시작되겠구나’ 하는 작은 안도감이 들었죠.
그런데 송수신기가 말을 듣지 않았어요.
수신기는 이미 나눠드렸고, 나는 송신기를 켜서 말을 시작했는데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어요.
다행히 여유로 가져온 두 번째 송신기에 마이크를 꽂아보고 전원을 껐다 켰는데,
근데 ㅠㅠㅠㅠ 작동이 안 돼요.
진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죠.
그때 한 아버님이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천천히 하세요. 괜찮아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따뜻했는지요.
하지만 그 다정함이 너무나 미안하게 느껴졌어요.
이분들은 루브르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오셨는데
나는 송신기와 씨름하고 있었으니까요.
결국 문제는 송신기가 아니라 마이크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행히 나는 두 개의 마이크, 한 개의 송신기, 그리고 세 개의 수신기를 여분으로 가지고 다녔어요.
마이크를 바꾸자 내 목소리가 수신기를 통해 퍼져나갔고,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피라미드 앞에서 사진을 찍을까요?”
그렇게 사진을 찍어드리고
그제야 진짜 투어가 시작되었어요.
내가 허둥댄 탓에 10분가량의 시간을 잃었지만,
손님들은 내 설명에 집중해 주었고,
그 덕분에 불안했던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그런데 또 한 번의 변수.
이집트관에서 작품을 감상한 후 마지막으로 남성 미라를 본 뒤
2층으로 올라갔는데, 이번엔 문이 닫혀 있었어요.
아침에 사이트에서 오늘 열려 있다고 확인했는데 ~
여보,
루브르 박물관은 가끔 예고 없이 전시실을 닫아서 나를 힘들게 해요.
한 전시실을 못 들어가는 건 괜찮지만,
내 투어 동선의 중간을 막아놓아서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길을 빨리 선택해야만 하는데. 그땐 정말 막막해져요.
근데 왜 하필 오늘…
마음속으로 “어쩌지, 어떡하지…” 중얼거리며
머릿속으로 루브르 박물관 지도를 펼치고 있었죠.
다른 길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말했죠. “이곳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용했던 가구를 감상하고 가실게요.”
그렇게 동선이 꼬여 5분을 더 잃었어요. 사실 루브르 투어에서 15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에요. 작품을 더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는 거니까요.
마음속으로만 진땀을 흘리며,
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설명을 이어갔어요.
투어의 마지막 코스,
꼭 보여드리고 싶던 나폴레옹 3세의 아파트,
웅장한 전시실만 돌아다니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붉은 벨벳 소파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투어를 잘 따라와 준 분들이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습니다.
사실 예약은 3시간 반 투어로 예약하지만
나는 늘 4시간을 꽉 채워하고 있었거든요.
오늘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15분 정도 빼앗겼지만,
약속한 시간보단 길게 한 마무리.
그래도 내가 늘 하던 시간보단 모자라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투어가 끝나고,
단체 방문객을 위한 비밀번호식 락커에 넣어둔 짐을 찾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어요.
“오늘 정말 죄송했습니다.”라고.
그런데 여보,
손님들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어요.
“정말 좋았어요. 밤 열두 시까지라도 같이 돌고 싶었어요.”라고.
그중 한 젊은 어머님이
10유로를 내밀며 말했죠.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차 한 잔 하세요.”
근데 난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했어요.
사양했는데 어쩔 수 없이 받게 되었고요.
돈이 아닌 그 따뜻함에 마음이 뭉클해졌죠.
다행히 오늘 만난 분들은 마음이 너그럽고 잘 웃는 분들이었어요.
여보, 오늘은 예상치 못한 난관들로 조금 힘들었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해서 참 고마운 하루였어요.
당신이 없는
어두컴컴한 집으로 들어올 땐 쓸쓸했지만 말이에요.
만약에 예전처럼 당신이 있었다면,
밥 먹으며 오늘의 이야기를 웃으며 들려줬을 텐데…
이제는 이렇게 허공에 대고, 글로만 이야기하네요.
여보,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떠나보냅니다.
파리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