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외로움이란 감정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전혀 외롭지 않다고, 나는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며 수없이 되뇌던,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도 지독히 나를 속여왔던, 그 수많은 날들 중 하루, 그날의 기록.
콜카타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와 다즐링으로 향하는 야간기차에 몸을 실었다.
12월의 다즐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추웠다. 찜통 같았던 더위에서 하루 만에 살을 에는 듯 한 추위를 느끼자 온 몸의 세포가 경직되는 것 같았다. 다즐링의 차가운 바람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나의 몸을 파고들어 휘감았다. 그래도 그런 찬 기운이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땀에 절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기분 좋은 차가움을 만끽하며 다즐링의 광장과 골목을 거닐었다. 혼자인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완벽한 이방인이 되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정처 없이 혼자 걷는 게 좋았다.
다즐링에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처음 먹는 티베트 음식들은 기대만큼 맛있었고 값싸고 질 좋은 홍차는 얼어버린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시장에서 인상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께 두툼해 보이는 울 양말 한 켤레를 샀다. 그리 소란스럽지도 그리 삭막하지도 않은 시장은 여느 시장들과 다를 바 없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쌀쌀했고 또 쓸쓸했다.
저 아래 산 능선에 뻗어있는 집들에선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그 은은한 불빛들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은하수 같았다.
숙소에 돌아오자 어두운 주방 한편에서 티격태격 요리를 하고 있는 사장님 부부의 뒷모습이 나를 반겼다. 다이닝 룸엔 겨우 손발만 녹일 수 있는 조그마한 난로가 있었는데 우린 그 난로에서 나오는 충분치 않은 온기에 옹기종기 모여 몸을 녹였다. 축구 중계에 몰입하던 사장님은 손님들의 식사가 끝나자마자 설거지를 시작하셨고 그제야 다이닝룸에 앉은 사모님은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의 덧없는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어느새 다이닝룸엔 은은하게 온기가 퍼지는 듯했지만 따듯했던 차가 금세 차갑게 식어버리듯 그렇게 밤도 깊어갔다.
하나 둘 다이닝 룸을 떠나기 시작하자 뭔가 이상했다. 기분이.
옷을 챙겨 입고 무작정 광장으로 걸어 나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사람들로 가득했던 광장엔 이제는 몇 안 되는 사람들만 모여 있었다. 그들은 딱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지도, 어딘가 갈 곳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채 텅 빈 광장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떠나가 버린 광장에는 외로움이라든지 쓸쓸함이라든지 허무함, 공허 따위의 그런 심연의 감정들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처연하게 울부짖는 이소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이제까지 혼자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라서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나는 사람이 너무나 고팠나 보다.
그날 나는 죽도록 외로웠다.
/2019년 12월 다즐링에서 썼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