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 위반효과(expectancy violation effect)
옛말에 "내놓고 키운 자식이 효도한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구전되어 온 옛말 속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대치 위반 효과(expectancy violation effect)'의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기대치 위반 효과란 어떤 사람이 타인의 기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벗어날 경우 호감도가 상승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벗어날 경우 호감도가 하락하는 심리 현상을 의미한다.
"내놓고 키운 자식이 효도한다"는 속담은 기대를 긍정적으로 위반해 호감도가 상승한 경우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내놓고 키운 자식과 기대하며 키운 자식을 엄밀히 비교해 보면, 속을 썩이던 자식이 다른 형제자매보다 특별히 나은 행동을 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 기대를 접었던 자식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거나, 부모에게 적은 금액이라도 용돈을 드리는 행동만으로도 부모에게는 큰 효도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는 낮아진 기대치가 긍정적으로 위반되며 감정적으로 더 큰 반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은 기대를 부정적으로 위반한 경우를 설명한다. 소문으로 잔칫집의 명성이 퍼지면, 사람들은 각자 이상적인 잔칫상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이 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이 발생하고, 이는 불평으로 이어져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부정적인 평판이 확산된다.
만일 애초에 “엄청난 잔치를 한다더라”는 식의 과도한 기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그 잔칫상은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푸짐하고 정겨운 상차림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을 수도 있다.
또한 "열 번 잘하다 한 번 잘못하면 눈 밖에 난다"는 속담 역시 기대치 위반 효과를 잘 보여준다. 평소에 친절하고 상냥하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차갑게 대하면 실망감과 서운함, 때로는 분노까지 느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평소 무뚝뚝하던 사람이 어느 날 따뜻하게 대해주면 그 변화는 감동으로 다가오며 깊은 고마움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기대를 긍정적으로 위반하면 관계는 한층 더 가까워지고, 부정적으로 위반하면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기대치가 위반되었을 때 감정은 더욱 강하게 증폭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특정한 기대를 가지는 순간, 그 기대에 맞춰 행동하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면, 우리는 자신이 취한 행동이나 감정의 방향이 무의미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기 행동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감정도 크게 요동친다.
인간은 끊임없이 ‘이유’를 찾는 존재다.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찾고자 하는 이 본능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호기심은 곧 감정의 진폭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결국 기대의 형성과 그 위반은 단순한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관계에 깊이 관여하는 심리적 작용인 것이다.
기대치 위반 효과를 긍정적으로 활용해 인맥을 금맥으로 전환한 한 기자가 있다. 그는 폭넓은 인맥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에 대해 다른 기자가 그 비결을 묻기도 했다. 질문은 저명한 정·재계 인사들과의 넓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는 항상 재벌이나 유명 인사를 만나면 제가 식사를 대접합니다. 그분들은 누군가에게 식사를 대접받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대부분 본인이 계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데, 그럴 때 제가 먼저 식사를 사면, 제 존재가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이는 기대치 위반 효과를 통해 상대방의 호감도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상대가 식사를 대접하려던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이 대접을 받게 되면, 그 순간 상대에 대한 인상이 각별해지고 자연스럽게 호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 해도 돈을 쓰는 일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또 다른 기대치 위반 효과의 사례로는, 권력을 지닌 정치인이나 기업의 대표, 혹은 국민적 인기를 얻은 스타나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국민 배우’, ‘국민 선수’와 같은 호칭과 함께 대중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부와 권력, 인기를 모두 가진 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고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은 대중의 기대를 긍정적으로 넘어서는 행동으로, 사람들의 깊은 호감과 감동을 이끌어낸다.
자녀 교육에서 기대치 위반 효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이에 앞서,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자녀의 학습 행동을 강화하고자 할 때, 학습과 보상을 연계하여 기대를 유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조건부 대화’를 사용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학습지 하면 피자 시켜줄게”, “학원 숙제 하면 핸드폰 써도 돼” 등의 말이 그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이것을 하면 저것을 해 주겠다’는 식의 조건을 전제로 한 대화이며, 반복될 경우 자녀는 행동의 동기를 내적 흥미가 아닌 외적 보상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학습 의욕이 급격히 저하되는 결과를 낳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보상 변화가 학습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크레스피 효과(Crespi Effect)’라고 설명한다. 이는 낮은 보상에서 높은 보상으로 전환될 경우 수행이 향상되지만, 반대로 높은 보상에서 낮은 보상으로 바뀌면 수행이 급격히 저하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처럼 보상의 크기 변화에 따라 학습 행동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상을 확대하지 않으면 오히려 동기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학습 행동에 대한 조건부 보상은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대치 위반 효과를 자녀 교육에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평소 엄격하고 무뚝뚝한 아버지가 자녀가 실의에 빠졌을 때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뜻한 손길로 위로해주는 모습, 회사 일로 늘 바빠 함께 살고 있지만 얼굴 보기도 힘들던 아버지가 수능을 앞둔 자녀의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야식을 먹는 시간, 혹은 첫사랑의 아픔을 겪고 있는 자녀에게 정성껏 손편지를 써서 진심 어린 위로와 지지를 전하는 부모의 모습 등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자녀의 예상과는 다른, 따뜻한 행동들은 "우리 엄마, 아빠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라는 놀라움과 함께 “부모님이 나를 정말 깊이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감동은 오래도록 자녀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가슴으로 기억되는 모든 경험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