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효과(Pratfall Effect)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의 저자이자, 세바시와 어쩌다 어른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신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님은 필자의 오랜 심리학 스승이다. 교수님의 TV 녹화 방송에 방청객으로 참여하고, 출간하시는 책은 빠짐없이 구입해 정독할 정도로, 나는 자칭 ‘찐팬’이다.
한 민 교수와의 인연은 15년 전 문화심리학 강의실에서 시작되었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문화심리학 강의 첫 시간에 그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저에게는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동생 뒷바라지에 집중하느라 늘 바쁘셨고, 그래서 저는 친척 집에서도 지냈습니다."
자기소개를 가족이야기로 시작한 교수님은 그러한 성장 환경이 자신을 책과 역사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고, 결국 오늘의 문화심리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국내 최상위권 대학 출신,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화려한 이력을 가진 교수님이 자신의 결핍을 드러낸 순간 교수님에 대한 호감도가 100% 상승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실수 효과(Pratfall Effect)이다. 실수 효과(Pratfall Effect)란 타인의 실수나 결함을 통해 오리려 더 큰 호감을 느끼는 심리현상이다. 완벽해 보이는 존재가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 때, 우리는 그에게 더욱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엘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 교수가 실시한 실험은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퀴즈를 완벽하게 맞춘 배우가 실수로 커피를 쏟는 장면을 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해당 배우에게 더 높은 호감도를 보인 것이다. 우리 인간은 실수 없는 완벽함보다 작은 허점이 있는 인간적인 모습에 더 끌린다.
유명한 영화배우 알파치노가 “여인의 향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일이다. 오랜 공백기와 슬럼프를 딛고 다시 정상에 선 알파치노는 수상대에 서자마자 눈물이 맺혔다.
잠시 뒤에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쪽지를 꺼내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 시작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하며 환호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대배우가 시상식에서 말 한마디 못할 정도로 긴장한 모습이 실망감보다는 애잔함과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녀교육에서도 실수효과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실수 효과에 대한 이해는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작은 실수에도 큰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로 남길 수 있다.
필자 역시 사춘기 시절 사투리 억양 때문에 발표를 중단했던 경험이 오랫동안 마음의 짐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만약 그때 누군가가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오히려 그것이 너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격려해주었다면, 그 경험은 상처로 남지 않고 숙성되어 성장의 기회로 전환될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완벽함을 추구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실수 효과가 시사하는 바는 확실하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그 불완전성이야말로 우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다.
필자도 강의를 진행하며 교육학자의 이름을 잘못 기입하거나 오타를 발견했을 때,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오히려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는 경험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유대인 속담에 "실수를 통해 뭔가를 배웠다면 이미 실수가 아니라 성공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실수는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관점은 더욱 중요하다. 도전하고, 실수하고, 깨닫고, 배우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번 다른 실수를 하는 것이다. "현자는 매번 다른 실수를 하고, 우둔한 자는 매번 같은 실수를 한다"는 격언이 이를 잘 표현한다.
실수 효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완벽함을 추구하되 완벽하지 않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의 약점과 실수는 숨겨야 할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욱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유대인 교육 방식에서 훈육 후 반드시 하는 말이 있다. "이 실수를 통해 네가 뭔가를 배웠기를 바란다." 이는 실수에 대한 건설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실수를 통해 배움이 일어날 때, 그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닌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 불완전성이야말로 우리를 연결하고, 공감하게 하며, 더욱 깊은 인간적 유대를 형성하게 하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