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atter what _Boyzone(1998)
얼마 전 경북 영주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장시간 운전을 하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된 노래..
아일랜드 국민 보이그룹인 보이존 Boyzone의 대표곡 'No matter what 누가 뭐라고 해도'였다. 오래전부터 즐겨 듣는 팝송 앤 머레이의 'You needed me'를 리메이크해서 부른 그 보이존의 대표곡 중에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었다니.. 게다가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은 곡이라고 한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가 며칠 동안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에 대해 더 알아보니 영화 「노팅힐 Notting Hill, 1999)」에도 삽입되었던 OST다. 근데 왜 몰랐지?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그 순간의 내 감정을 정확히 파고드는 마법 같은 음악들을 만난 경험이 있고부터는 음악도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처럼 인연(因緣)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모처럼만의 긴 유럽 여행에서 실컷 쉬면서 온전히 나다운 나를 찾아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사이에 섞여 무언가를 하고, 어쩔 수 없는 관계들을 유지하며 원치 않는 에너지를 쏟고 살아가다 보니 다시 조금씩 나를 잃고 타인을 의식하는 상태가 되어 갔다. 그 순간 아주 절묘하게 내 가슴을 울린 메시지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마!'
어제까지만 해도 영화 「노팅힐」을 다시 감상하면서 노래 가사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처럼 '주변의 반대하는 시선을 물리치고 사랑만을 보고 달려가는 화자의 염원'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건 억지였고 사실상 솔직한 내 글이 아니었다.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잠시 마주한 배우 휴 그랜트 Hugh Grant의 미소는 너무나 스윗했다.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상형이나 감정이 바뀌는 걸 자주 실감하는 요즘이다. 어쨌거나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찾기 위해 억지로 보는 영화는 솔직하지 못하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느낀 메시지가 곧 나의 것이고 진짜 나의 글이다. 그건 곧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거나 흔들리지 말고 내가 믿는 신념을 향해 우뚝 나아가라'는 메시지였다.
작가 공지영은 그녀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이 세상 사람들이 진정 자기 자신만을 잘 돌본다면, 불행의 수는 틀림없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살면서 크게 공감하는 바다. 자기 삶에도 여기저기 구멍이 뒤숭숭한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남의 인생에는 감 놔라 배 놔라 참견이 많은 걸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그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되 타인의 다른 삶을 존중하는 것도 어른의 마인드이자 성숙의 척도다. 모두 다 각자의 선택이지 않았나? 다른 이들의 삶을 부러워할 것도 없고 나의 삶을 안타까워할 이유도 없다. 그게 어떠한 모습이든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삶, 그게 최고다.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타인의 삶을 나의 삶과 비교하거나 의식하는 그 자체로 이미 진 거다. 자고로 자기 삶에 충실한 이는 남의 인생 따위에 신경 쓰거나 왈가왈부할 여유가 없으니까. No matter What(누가 뭐라고 해도)!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곧 승자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 그건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에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
그것이 이기적인 것입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p35
No matter what they tell us 그들이 우리에게 뭐라고 말하든 상관없어요
No matter what they do 그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어
No matter what they teach us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든 간에
What we believe is true 우리가 믿는 것이 진실이에요
No matter what they call us 그들이 우리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요
However they attack 그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하든
No matter where they take us 그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든 상관없어
We'll find our own way back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찾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