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코로나
3월 초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영국 정부의 스탠스가 확실하게 알려졌습니다.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영국의 고위 관료가 나와서 기자간담회를 합니다. 영국은 어느 나라도 입국 금지한 적이 없고, 지금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1. 코로나의 진격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으로 진격해 왔습니다. 글로벌 시대라서 도버 해협도 쉽게 건너왔습니다. 도착 전에도 큰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몽고군이 유럽에 진격할 때, 유럽인들은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입는지 몰랐으며, 다만 그들을 타타르라고 불렀습니다. 몽고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겁니다. 심지어 이름도 몰랐던 셈입니다. 그러니 엄청 겁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모르면 겁이 납니다.
2. 코로나는 다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에 오기 전에 중국에서 수만 명이, 한국에서 수천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과했습니다. 임상 데이터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중국 통계만 있다면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는데, 한국 방역 당국의 신속한 관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로 COVID-19의 패턴은 파악되었습니다. 두려움보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기다렸습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먼저 심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막상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하루에 900 이상도 나오면서 미처 대치하지 못한 부분도 나타납니다. 영국은 이탈리아를 3주 정도 후행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3. 확산은 피할 수 없다
인류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싸워왔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지는 패턴을 압니다. COVID-19가 가지는 패턴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변이가 가능하다는 것도 압니다. 예측 불가한 면이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코로나 바이럿의 확산을 지연시키려 노력하겠지만, 확산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분명히 좋아지겠지만, 좋아지기 전에 지금보다는 더 나빠질 겁니다. 최악의 경우 경제활동 인구의 1/5까지 감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의 전염률, 치사율, 연령대별 증상, 기저 질환별 증상을 압니다. 환자가 증가했을 때 누구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의 속도를 조절하여, 중증환자가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치료 없이 죽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4. 학교를 닫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학교를 최대한 늦게 닫으려고 했지만 부활절 방학 일주일을 앞두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습니다. COVID-19는 어린이들이 잘 걸리지 않으며 걸려도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납니다. 학교가 휴교하면 부모 중 한 명이 아이들과 같이 있어야 하고 그러면 취약 계층인 노인과 기저질환 보유자를 돌 볼 인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닫는 것은 경상자 발생을 우려하여 중상자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여 늦게까지 학교를 닫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될 때까지 학교를 통한 집단 감염은 없었습니다.
5. 필요한 이동을 할 수 있다
업무상 필요하면 지금도 공항을 이용하여 해외에 갈 수 있습니다. 유럽의 대규모 감염 사태에도 불구하고 히드로 공항을 통한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통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일하러 가는 것, 필수 불가결한 식료품 및 의약품을 사는 것 등을 제외한 이동은 자제 권고가 내려진 상황입니다. 혼자 또는 가족끼리는 야외나 공원에 가서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외출 자제 권고가 내려졌고, 이를 어기는 행위에 대해 경찰이 개입할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들은 거리에서 시민에게 집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여전히 낯설어합니다.
6. 사재기를 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현재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마스크 착용자가 많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잘하지 않습니다. 한때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잠잠한 상태입니다. 동네 구멍가게에 휴지며 생필품이 넘쳐 납니다. 대규모 사재기에도 불구하고 현대 유통망의 공급 능력이 대단합니다.
7. 집에 있자.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자
집에 머무는 것이 현재로서 공동체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조치라고 합니다. 환자가 급증해도 영국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의료 능력을 초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피크가 한 번에 오지 않고, 피크가 뭉뚝해짐으로써 영국의 의료 시스템이 중증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손을 잘 닦는 것을 잊지 마세요. Happy Birthday to You 노래를 두 번 부르며 손을 닦으세요. 근데 노래가 잘 못 된 거 같아요. 왜 TO가 강조되도록 음이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어요. YOU가 강조되어야죠. YOU에 악센트를 주면서 노래를 부르시고 손을 닦으세요.
8. 왜 두려움이 없는가?
3월 중순까지 영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매우 두렵다’는 비율이 5%에 불과했습니다. 주요 국가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이 가장 적었습니다. ‘별로 두렵지 않다’와 전혀 두렵지 않다’는 각각 44%와 26%로 다른 나라 대비 높았습니다. 지금은 확진자 및 사망자가 어느 나라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이 누구를 비난하는 의견보다 많습니다. 여전히 두렵지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영국인들은 왜 사망자 숫자에 초연할까요? 사망을 수치화하여 인식하는 것도 능력(?)일까요?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끝)
(3월 5일에 쓴 글을 4월 13일에 수정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