웻지우드, 빌레로이 앤 보흐, 코렐 그리고 한국도자기

격리 라이프

by 유우리

웻지우드, 코렐 그리고 한국도자기


누나 집에서 격리를 하고 있다. 라면을 끓여 먹지 않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 게 목표다. 설거지는 쌓았다가 한 번에 한다. 오래된 한국도자기 그릇이 보인다. 당시에는 꽤나 비쌌을 것 같은데, 아마도 누나가 결혼할 때 산 것으로 보인다. 조금 낡았지만 품위가 여전한 그릇이다. 행남자기도 있고, 코렐도 있고, 내가 모르는 브랜드의 식기도 있다. 하나하나 다 좋은 퀄리티이며 모두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중구난방이다.

지난해 한국에 다녀온 와이프가 모던 유기그릇 세트를 사 가지고 와서는 애지중지했다. 나로서는 보기에도 별로였고, 식기세척기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의 볼품없는 품새도 맘에 들지 않았다.

영국인 부부가 우리 집에 왔는데, 와이프가 유기그릇에 캐슈너트과 쿠키를 내놓았다. 러블리를 연신 남발하는 아저씨와 아줌마. ‘그지? 나도 진짜 좋아하는 그릇이야! 러블리하지? 그렇지?’ 머쓱해하는 손님, 손님에게 러블리했던 것은 쿠키와 캐슈너트의 맛이었다. 그 후로 유기그릇에 대한 와이프의 애정은 조금 식은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음식은 세계화가 되어도 놋그릇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릇은 뭐니 뭐니 해도 본 차이나가 최고다. 내 어린 시절 그릇은 스테인리스였다. 식구가 많다 보니 크기도 일정하지 않았다. 아빠나 형에게 돌아가는 밥그릇은 조금 컸고, 나머지는 조금 작았다. 모두 같은 크기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했다.

커서는 코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깨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참으로 멋지게 보였다. 장모님이 사줘서 와이프가 가지고 온 것도 코렐이었다. 당시까지도 코렐이 제일 좋은 식기인 줄 알았다. 뭐니 뭐니 해도 미제니까 말이다.

카자흐스탄 친구 중에 중국에서 그릇을 사다가 유통시키는 카자흐인이 있다. 돈도 많이 벌었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도 매출은 꾸준하다. 그릇이 사업 아이템으로 좋은 것은 유행에 민감하지는 않아서, 재고 부담이 덜하단다. 한 번은 우리 집에 와서 코렐 그릇을 보더니 ‘이런 건 못써!’라고 말해 주었다. ‘왜?’ ‘그릇은 잘 깨지는 그릇이 좋은 것이야!’ ‘너는 그릇장사니까, 너에게나 좋은 거지!’ ‘아니야! 그릇은 깨져야 해. 그릇이 왜 깨지냐면, 깨질 때가 되어서 깨지는 거야! 인생과 같은 이치야. 인생은 깨지기 마련이듯이 그릇도 마땅히 그런 거야!’



난 설득되었다. 그가 그릇을 팔아 돈을 번 이유도 알 것만 같았다. 귀가 얇은 나는 그 후로는 코렐을 쓰지 않았다. 저가 유럽 제품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빌레로이 앤 보흐를 쓰고 있다. 그리고 그릇은 떨어뜨려서도 깨지고, 지들끼리 부딪혀서도 종종 깨진다.

빌레로이 앤 보흐가 어느 정도 깨지면 다음에는 웻지우드를 사고 싶다. 웻지우드가 좋은 것은 웻지우드가 찰스 다윈의 외할아버지기 때문이다. 웻지우드는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빌레로이 앤 보흐가 유럽에서 탄생한 해가 1748년이고 웻지우드가 영국에서 시작된 해가 1759년이다. 웻지우드가 시작될 무렵 영국의 자기 산업은 유럽에 약간 뒤처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찰스 다윈의 외할아버지이자 와이프의 할아버지였던 조시아 웻지우드가 뛰어난 사업 감각을 발휘했다. 덕분에 웻지우드는 유럽의 귀족사회에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영국과 러시아 왕실에 납품했고, 왕실에 납품한다는 사실을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했다. 귀족 집에 식기세트를 무작정 보내면서 ‘왕실에서 쓰기 시작한 것인데 일단 써 보시고 맘에 들면 결제를 해주세요. 맘에 안 들면 반환해 주세요’라는 식으로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물론 반환하는 귀족은 한 명도 없었다. 인류 최초로 후불제 마케팅을 실행한 곳도 웻지우드며,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 주는 마케팅을 실시한 곳도 웻지우드다.

18세기부터 브랜드화에 성공한 자신들의 브랜드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유럽인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아서 그런지 코렐은 미국이나 아시아에서만큼은 유럽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누나 집에서 자가격리를 한 대가로 선물을 하고 싶어서 식기 세트를 검색해 보았다. 웻지우드나 빌레로이 앤 보흐는 비쌌다. 영국에서는 그 정도로 비싸지는 않은데 깨지는 그릇이 물을 넘어오려면 조금 비싸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국도자기 홈페이지에 가봤다. 예쁜 것이 많다. 한국도자기가 코렐에게 밀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역사도 코렐보다 오래되었고 깨지기도 하는데 말이다. 미제가 먹어 주는 세상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한국도자기 6인 세트 32 피스를 샀다. G마켓 말고 한국도자기 홈페이지에 가서 회원 가입하면 기념으로 10%를 할인해 주며, 첫번째 주문 기념으로 5%를 추가로 할인해 준다. 15%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G마켓 가격과는 50%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도 후불제나 1+1이 없는 것은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