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나온 여자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

격리 라이프

by 유우리

배 나온 여자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


작년에 브리티시 여자 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날 구경을 갔다. 고진영 선수는 우승권 경쟁을 하고 있었고, 전인지 선수는 중간 정도 순위였다. 전인지 플레이를 본 후에 고진영 플레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스타트 시간에 차이가 났다. 전인지 플레이에는 인상적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특이했던 점은 그녀의 바지가 헐렁했다는 점이다. 허벅지 살이 하나도 없어서 허벅지 부위 바지가 꼬깃꼬깃 주름이 질 정도였다. 그에 반해 고진영 플레이는 격렬하면서 견고했다. 허벅지는 딴딴했고, 그녀의 바지는 구김 없이 팽팽했다.

여자는 보통 허벅지에 살이 쉽게 찌고, 허벅지 살이 가장 늦게 빠진다고 한다. 남자는 복부에 지방이 쉽게 쌓이고, 복부 지방이 가장 늦게 빠진다. 전인지 선수의 허벅지 살이 빠졌다는 것은 다른 데는 더 많이 빠졌다는 의미였다. 골프 선수는 비거리를 위해 몸집을 의도적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전인지 선수는 왜 살을 뺐을까? 일설에는 애인이 생겨서 그렇다는데, 사인을 받고 사진을 같이 찍으면서 그걸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 후로도 전인지는 성적이 계속 좋지 않다.



여자는 왜 허벅지에 살이 찌고, 남자는 복부에 살이 찔까? 배가 가장 좋은 저장 공간이라는 것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팔이나 다리보다 운동량이 적고 흔들림이 적기 때문에 창고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공간일 것이다. 몸은 쓰다 남은 에너지가 있으면, 지방으로 전환한 후에 가장 효율적인 창고인 배에 저장할 것이다. 에너지를 가져다 쓸 때는 안전한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복부 지방보다는 부실한 창고에 있는 팔뚝 지방을 먼저 가져갈 것이다. 그러기에 뱃살이 가장 빨리 찌고, 가장 늦게 빠질 것이다. 남자의 경우에 말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왜 배에다 저장하지 않는가? 찾아봐도 만족할만한 설명이 없다. 나름대로 혼자 생각을 해봤다. 자가격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으니까! 그것은 임신과 관련한 것이 아닐까? 여자는 임신을 할 수 있고, 그러면 배에 압박이 가해지기 때문에 항상 배를 가볍게 유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지방을 잔뜩 보관하고 있다가 아이가 생기면, 지방은 번거롭게 이사를 가야 하고, 그 이사를 거부하는 지방이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당초부터 지방에게 배에는 얼씬거리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남자는 젊어서부터 배에 살이 찌지만 여성은 가임 기간이 끝나면서부터 배에 살이 붙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그건 별도의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자가격리자의 상상으로는 커버 불가능하다.

나는 비교적 큰 키에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장딴지, 허벅지와 엉덩이 라인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대학시절부터 들었다. 그렇다고 인기남은 아니었다. 180센티미터에 70 킬로그램이었지만, 항상 배가 나와 있었다. 26세에 군대 훈련소에 갔는데 밥풀 두 개를 단 중위가 ‘너는 사회에서 뭘 하다 온 놈인데, 이렇게 배가 나왔어?’라고 말하며 배를 꾹 찔렀다. 군대라는 게 험한 곳인 줄 알았지만, 이토록 X 같은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나는 20대 초반부터 복부비만을 가지고 살았다. 몸이 쓰다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만들어서 창고에 보관한다면, 그 창고는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될까? 선입선출인가? 후입선출인가? 일단 배에 쌓인 지방은 시골집의 광(곡간)과 같아서 선입선출은 굉장히 어려운 구조가 아닐까? 시골 광의 경우 쌀 가마니를 안쪽에 쌓아 두면, 그걸 먼저 가져다 밥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연탄도 마찬가지여서, 늦게 들여놓은 연탄을 먼저 쓰게 되어 있다. 즉 후입선출이 가장 자연스러운 창고 운영 방식이다.



만일 복부지방이 후입선출 방식이라면, 지금 내 복부 지방의 일부는 25년 전 지방인가? 그러면 20대 시절 연인의 손길을 느꼈던 그 지방이 아직도 있는가? 훈련소의 이름 모를 밥풀떼기에게 모욕을 당했던 그 지방이 여전히 있는가?

우리 몸이 큰 틀에서는 후입선출 방식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후입선출식 창고 같은 방식은 아니다. 우리 몸은 시골 마을의 창고처럼 단순하지는 않으며, 최첨단 아마존 물류 창고보다 더 유기적이다. 팔뚝 지방을 다 쓴 후에 가슴 지방을 쓰고, 가슴 지방 후에 복부 지방을 쓰는 것은 아니라다. 우리 몸은 필요에 따라서 각각의 장소에서 지방을 가져다 쓴다. 대체로 복부에서 가장 늦게 지방을 가져다 쓸 수는 있지만, 복부에 쌓인 지방의 경우에 반드시 후입선출 방식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몸의 지방은 벽돌이나 쌀가마니처럼 갇혀 있는 채로 보관되는 것은 아니고, 유기적으로 흐른다. 끊임없이. 그래서 25년 전 지방이 25년 전의 연탄처럼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방세포의 평균 수명은 9.5년이어서 25년 전에 생성된 지방 세포가 그대로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내 몸에 25년 전 손길이나 눈길을 기억하는 지방은 없다. 그러므로 내 몸의 복부지방을 제거하는데 아쉬워할 일은 전혀 없다. 오늘도 복부 지방을 줄이기 위한 나만의 홈트레이닝은 계속되었지만, 저녁에 조카가 붕어빵을 사다 주는 바람에 모든 것이 또 수포로 돌아갔다. 자가 격리 12일이 지났고 나는 홈트레이닝을 계속했지만 단 100g도 줄이지 못했다.

나는 뱃살을 줄여야 하고, 전인지는 허벅지 살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내년도 브리티시 오픈에서 다시 만날 때 서로 웃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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