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라이프
로날드 레이건, 마가렛 대처 그리고 문재인
격리 중에 듣는 가장 큰 뉴스는 트럼프의 대선 결과 승복과 검찰총장의 직무배제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난다. 트럼프는 예상과 달리 놀라운 득표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득표력은 그의 정치 경력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정반대 해석도 가능하다. ‘현직 대통령이란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득표력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중에는 로날드 레이건이 있었다. 하도 오래되어서 혹자는 도날드 레이건으로 기억한다. 레이건이 1984년 재선 당시에 거의 모든 주에서 승리했다. 상대 후보의 고향인 미네소타와 워싱턴 DC를 제외하고 말이다. 레이건이 퇴임할 당시 지지율은 68%에 달했다.
90년대 대학생 시절에 우리 선배들은 ‘로날드 레이건을 악의 축, 마가렛 대처를 마녀’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악의 축과 마녀가 어떻게 미국과 영국의 전성기를 이끌 수 있었던가?’라는 점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자기들도 몰랐으니까 가르쳐 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상당수는 현 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그들은 그동안 많이 배웠을 것이고, 많이 달라졌을 것이며, 과거의 급진적인 태도가 지금의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는 데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가?
로날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 시절에 영국에는 마가렛 대처가 있었다. ‘레이건이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몰락을 일으켰다’는 공이 있다면, ‘대처는 서구 사회에 만연하던 사회주의의 도덕적 우위를 종식시켰다’는 공이 있다. 대처의 공은 레이건의 공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사회주의적 정책이 도덕적인 면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좌파의 사상적 헤게모니에 정면으로 맞서서 그걸 무너뜨린 사람이 마가렛 대처다.
마가렛 대처의 또 다른 공이 있다면, 어떠한 이익 집단이나 관료 집단도 선거에 의해 당선된 정치권력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집단이나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권력의 영을 세웠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을 단 하나도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문재인을 반대하는 다른 세력을 조건 없이 지지할 생각이 없다. 한국의 검찰 권력이 선거에 당선된 대통령 권력에 도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20년 대한민국 검찰은 1984년 영국 광산노조 같다.
마가렛 대처는 ‘노조는 선’이라는 좌파의 헤게모니를 깼다. 문재인 정권은 ‘권력에 대항하는 검찰은 선’이라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검찰의 헤게모니를 깨야 한다. 깨지 못하면 문재인 정권은 후에 큰 화를 당할 것이고, 그 화는 다시 한번 역사적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선배들은 ‘레이건은 악의 축이고, 대처는 마녀’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백안시했지만, 이제라도 그들을 잘 연구해서 배워야 한다. 배우지 못한 것 같아 못내 불안하다.
우리는 상대를 악마화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차가운 존재라는 이미지를 부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레이건이나 대처가 차가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레이건의 연설이나 대처의 연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인간적인 매력이 있으며, 따뜻하고 유머 감각이 풍부했던 사람인가를 깨닫게 된다. 깜짝 놀란다. 우리는 언제 이런 우파 지도자를 가질 수 있게 될까? 부러움에 빠진다. 버락 오버마, 빌 클린턴이 연설 잘하기로 유명하지만, 로날드 레이건의 인간적인 연설에 미치지 못한다. 레이건의 연설 중의 압권은 중간중간에 섞는 소련에 대한 유머다. 그중에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미국의 개, 폴란드의 개 그리고 소련의 개가 만났다. 미국 개가 말한다. ‘내가 열심히 짖으면 누군가 와서 내게 고기를 주지!’ 폴란드 개가 묻는다. ‘고기가 뭐야?’ 그러자 소련 개가 말한다. ‘짖는 게 뭐야?’
짖지 못하는 개도 문제지만, 개가 짖을 때, 그만 짖으라고 달래지 못하는 주인도 문제다. 어쩌면 주인이 더 문제다. 주인이 개를 달래지 못하면 피곤은 주민의 몫이다. 아!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