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라이프
경찰서와 학교의 Wellbeing Dog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내리면 방호복 군단을 만나게된다. 방호복과 검역이 주는 위압감으로 은연중에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출입국 관리를 통과해서 가방 찾는 곳으로 갔다. 개 두 마리가 열심히 가방을 탐지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검역도 강화된 듯 보였다. ‘아! 비글이다’ 반가운 마음에 개를 보고 말을 걸자, 비글은 내게 안겨 들려했다. 검역관이 개를 매몰차게 끌어당겼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나의 마음은 비글로 인해 조금 편안해졌다. 저렇게 사교적인 애가 탐지견으로 적당할까? 저 비글은 행복할까?
오늘 SNS 상에는 롯데마트 직원이 견습 중인 안내견을 제지하고 험한 말을 한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개는 불안한 눈빛을 보였고, 안내견을 교육시키던 사람은 눈물을 흘렸다. 롯데마트는 매몰찼다. 롯데마트는 사과했고, 앞으로 특별히 주의할 것을 약속했다. 애견인이 증가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여전히 반려동물에 매몰차다. 롯데마트의 탓이라거나 마트 경비원의 탓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반려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날드 트럼프가 스코틀랜드에 보유하고 있는 골프 리조트 중에 트럼프 툰버리라는 곳이 있다. 세계 탑 5에 드는 명문 골프장이다. 서비스는 말할 것이 없다. 일층의 호텔 바에 가면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이 많은데, 개는 가장 귀한 손님 대접을 받는다. 개가 오면 종업원은 먼저 개를 시중들고, 그다음에 개와 같이 온 손님을 시중든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개 없이 혼자 온 손님에 주의를 기울인다. 골프 코스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없지만, 개는 어디나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다. 그래도 절대로 개판은 되지 않는다. 개는 가끔 똥이나 오줌을 골프 코스에 남기겠지만, 그게 트럼프 툰버리가 세계 최고의 골프장이라는 사실에 흠집이 되지는 않는다.
오늘 자 타임지에는 덱스터(Dexter)라는 경찰견 이야기가 실렸다. 덱스터는 마약 탐지견으로 훈련받던 중에 불합격 처리되었다. 냄새를 못 맡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냄새 탐지 능력은 뛰어났다. 너무 사교적이어서 마약 탐지견이 보여주어야 할 집중력과 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탈락 요인은 작전 수행 중에 덱스터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작전이 끝나면 너무 행복해했다.
동물이 너무 사교적인 것을 gregarious라고 표현하는 모양이다. 경찰은 너무 사교적인 덱스터를 마약 탐지팀에서 퇴출하고 새로운 보직을 선사했다. 그는 경찰서의 웰빙(wellbeing) 견(dog)으로 임명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영국 경찰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더 많은 시신을 처리해야 했고, 더 많은 범죄와 마주하게 되었다. ‘샤이(shy)해서 시민의 삶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는 영국 경찰은 럭다운 룰을 강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원하지 않는 일을 하기도 했다. 경찰의 스트레스가 높아졌고, 경찰의 정신 건강이 새로운 이슈가 되었다.
덱스터는 부담스러운 업무를 수행하고 오는 경찰을 특유의 사교성으로 반갑게 맞아 줌으로써 경찰의 웰빙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다. 참으로 훌륭한 아이디어다. 내가 공항에서 비글을 보고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덱스터가 경찰서를 따듯하게 만들고 있고, 많은 경찰이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웰빙 독이라는 개념은 학교 교실에 이미 도입되어 있다. 우울한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고 딱딱한 교실의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들기 위해 교실에 반려견을 투입했다. 교실에 반려견을 투입하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 능률 향상과 교우관계를 개선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개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별도의 연구나 선례가 없어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반려견과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연구는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격리기간에 반려견이 있었다면, 구청 어딘가에서 정신건강을 걱정한다고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는 전화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격리기간에 개를 어떻게 산책시킬 것인가는 커다란 고민이었겠지만 말이다.
인천공항에서 본 gregarious한 비글도 은퇴시키고 웰빙견으로 임명하는 것은 어떨까? 나도 오늘 부로 격리가 끝났으니 gregarious 한 속성을 조금 발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