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역설, 코로나와 윤석열

격리 라이프

by 유우리

코로나와 윤석열, 시간의 역설


격리가 끝나고 시골의 부모님 집에 왔다. 오랜만에 뵈는 부모님도 좋고, 김장을 준비한다고 밭에서 배추를 뽑아 나르는 것도 유쾌하다. 하나가 3kg은 될 듯한 배추 150포기다.

부모님은 항상 TV를 틀어 놓고 계신다. TV는 하루 종일 코로나, 윤석열, 코로나, 윤석열을 반복하고 있다.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1번 후보가 코로나, 2번 후보가 윤석열이다. 그리고 후보는 선거송으로 트로트를 쓰는지, 트로트 음악이 하루 종일 TV를 타고 흐른다. 1번이 코로나고, 2번이 윤석열이면, 나는 기권인가?

‘코로나 별 것 아니다’는 태도를 보이는 영국에서 출발하여, ‘코로나 이미 다 걸렸기 때문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카자흐스탄을 거쳐서 왔다. 한국에 도착하니, 처음에는 코로나 대응이 너무 심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2주 만에 나도 코로나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누구보다 더 코로나를 주의한다.



격리 초기에 주변에서 나와의 접촉을 꺼리는 것을 느꼈다. 격리라서 접촉할 수도 없지만, 심리적인 경계를 느꼈다. 격리라는 레떼르가 붙는 순간, 감염자와 동일한 위치라는 걸 느꼈다. 피고인은 곧 범죄자라는 인식이 무의식 중에 있다. 폭로의 대상자는 폭로만으로 도덕적 사망 선고를 받게 된다. 마치 그런 식이다. 소문이 한번 나면 그 소문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과 동일한 효과를 내 삶과 운명에 미치게 된다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구절처럼.

격리가 절반이 지나면, 접촉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게 된다. 격리의 앞 절반은 주변에서 날 조심하지만, 뒤 절반에는 내가 주변을 조심하게 된다. 13일째 다시 테스트를 받는데 그때 양성이 나온다면 격리 해제는 기약이 없어진다. 2주 격리를 감수하고 온 것은 중요한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다. 격리 해제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중요한 일이 끝난 후에는 다시 테스트를 받고 음성 증명서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때 양성이 나오면 또 기약이 없게 된다.

예정된 테스트가 없다면, 시간이 유한하지 않다면, 태도는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예정이 있고, 시간은 유한하다. 14일의 격리는 인생 자체다. 내 인생도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 남은 삶을 대하는 태도,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 간다. 가끔씩 버럭버럭 젊은 시절의 버릇이 나오기는 하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면 태도가 바뀐다. 코로나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고 윤석열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죽을 듯이 달려들지만 애타게 생각할 것이 없다. 검찰개혁이나 검찰독립을 대의명분으로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인생의 반환점을 돈 사람 입장에서는 말이다. 윤석열에 관한 뉴스가 좀 덜 나왔으면 좋겠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7개월 남았다고 한다. 대통령의 임기도 많이 남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짧아질수록 총장의 임기를 바라보는 태도는 양측에서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 검찰총장 해임을 원하는 측은 어느 순간에 임기를 끝까지 채우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새로운 총장을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할 것이다. 당연히도 새로운 총장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임기를 다 채워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그것이 정권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야당이나 윤석열의 생각도 바뀌게 될 것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을수록 현 정권에 의해 해임되기를 바랄 것이다. 야당이 그렇게 바라는 이유는 그래야 다음 정권을 잡았을 때, 현 정권에서 임명된 총장을 쉽게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압받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되길 바랄 것이다. 그래야 자신에게 더 큰 미래가 있을 것이다. 그 최적의 시점은 언제일까? 지금의 싸움은 바로 그 최적의 시기를 탐색하는 싸움일 것이다.

윤석열이 12월 중에 해임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 해임되지 않고 올해를 넘긴다면 양측의 입장은 곧 정반대가 될 것이다. 임기의 끝이 가까워지면 양측의 실익은 극적으로 바뀌게 된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게 되는가?



날씨가 추워지면 배추는 얼어 못 쓰게 된다. 얼기 바로 직전에 배추를 뽑아 써야 가장 좋다고 엄마는 말한다. 배추는 밭에서 얼어 죽는 것이 좋을까? 뽑혀서 소금과 고춧가루 세례를 받고 김치 냉장고의 적절한 온도에 저장되는 것이 좋은가?


배추를 뽑고 옮기고 쌓아 두는 작업은 기뻤다. 김장은 행복한 과정이다. 그런데 옆집 아주머니의 며느리는 김장하러 오지 않고 아들과 김치통만 보냈다. 시어머니가 다 준비해 놓았기에 와서 묻혀 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싫어서 안 왔다. 그거야 내 생각이고 남의 고부갈등에 왈가왈부할 일은 없지만, 며느리는 아직 인생의 반환점을 안 돌았거나 아니면 돌았는데 그걸 못 깨닫고 있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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