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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Apr 01. 2021

시장은 정권의 방어막이다

London Life 2.0

London Life 2.0

 – (14) 시장은 정권의 방어막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론 조사상으로 오세훈이 박영선을 크게 앞서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클럽하우스 여론조차도 오세훈 후보가 앞서는 느낌이다. 서울시장에서 자진 사퇴한 전임 시장이 다시 나와서 당선되는가? ‘안철수 후보가 제1 야당 후보로 나온다면, 출마를 포기한다’라는 전대미문의 출마 선언을 한 후보가 당선될 것인가?


런던시장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보다 한날 늦은 5월 6일에 개최된다. 현 시장 사디크 칸(Sadiq Khan)이 노동당의 후보로, 숀 베일리(Shaun Bailey)가 보수당의 후보로 나선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더블 스코어로 노동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사디크 칸은 파키스탄계 영국인이며, 숀 베일리는 자메이카계 영국인이다. 진정한 글로벌 도시 런던다운 후보들이다.


런던시장 선거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각 정당의 시장 후보가 1년 9개월 전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원래 런던시장 선거는 지난해 5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보수당과 노동당의 후보는 2018년 9월에 이미 정해졌다. 발로 뛰면서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다. 코로나로 선거가 일년이나 연기되면서 각 당의 시장 후보는 2년 9개월째 후보 상태다.


새로 당선되는 후보는 4년 임기가 아니고, 연기된 시간만큼 단축된 임기를 가지게 된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영국을 강타하기도 전에 선거를 일년이나 연기한다고 발표했을 때 희한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백신 덕에 올해 5월에는 이변이 없는 한 선거가 가능할 듯하다.


런던시장 선거제도는 일순위 선호자와 이순위 선호자를 동시에 기표하는 방식이다. 일순위 선호자 수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된다. 당선자가 없을 경우에 일등한 후보와 이등한 후보만 남기고, 나머지 후보는 제외된다. 제외된 투표용지에서 이순위 선호도의 기표 내용에 따라 표를 일등과 이등한 후보에게 재배분하고,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그래서 후보 단일화 없이 군소정당의 후보도 시장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한다. 올해 런던시장 선거에는 20명의 후보가 나온다.



이러한 선거방식은 대도시 런던에서 보수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로 작용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 총리인 보리스 존슨은 진보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런던에서 두차례나 시장에 당선되었다. 그러했기에 일찌감치 차기 총리로 예견된 정치인이다.


그의 당선은 개인적인 역량이 좋았던 점도 있지만, 당시 정권을 노동당이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집권당에 대한 견제 성향이 런던시장 선거에 작용한 결과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견제 성향이지만, 집권당 입장에서는 지방선거를 야당에게 넘겨주는 것은 일종의 방어막이다. 잘못되면 시장 탓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장은 정권의 방어막이다.


난 문재인 정부를 공산당과 연결시키는 말에 1도 동의하지 않으며, 문재인 정부가 좌파라는 점에도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시장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에는 추호의 의심이 없다. 여기서 시장은 서울시장의 시장이 아니고, 시장경제라고 말할 때의 시장이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보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떨어지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시장이란 무엇인가? 시장은 정권의 방어막이다.


공산주의 국가에 시장은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의 책임이란 권력을 쥐고 있는 집권자의 책임이란 의미다. 빵이 없어도, 자동차가 없어도,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감자가 부족해도 국가의 책임이다. 그런 점에서 전통사회도 비슷한 면이 있었다. 모든 것이 국가의 책임이므로 가뭄이 들면, 임금이 제일 큰 걱정이었다.


자본주의가 좋은 것은 시장이 국가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것을 시장이 결정한다. 생산물, 수확물이나 어획물이 적은 것도 시장의 잘못이다. 비가 오는 것까지 시장 잘못인지는 모르겠으나 국가의 잘못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많은 것을 시장이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은 정권의 방어막이 된다. 일이 크게 잘못되면, 정권은 뒤늦게 나타나 두마디만 남기면 그만이다. ‘시장이 실패했군!’ 시장도 가끔 실패하지만, 지도자보다는 덜 자주 실패한다.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가 공산주의 국가보다 지속가능성 면에서 우월하다.


‘부동산 가격은 내가 결정한다.’ ‘부동산을 사지 마라.’ 여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할 것이다. ‘세금을 늘리고 대출을 규제하여 집값을 잡겠다.’ 그게 그 말이다.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집 값이 과도하게 오른 경향이 있는데, 글로벌 동향과 다른 경제 변수를 감안하여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며, 부동산 시장이 비이성적 흥분 상태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 개인들은 자신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


‘비트코인은 거품이다. 사기다. 장난이다.’ 법무장관과 자칭 어용지식인은 그렇게 단언했다. 그 말은 비트코인에 기대를 걸었던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결과는 속단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국가가 틀렸다.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고, 크립토 커런시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개념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광을 이해하지만,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고, 검증의 역사가 짧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며, 그런 균형된 관점에서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란다.’



정부는 시장이라는 방패막을 스스로 걷어찼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퇴할 때, 내 주변에서 오세훈의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 사람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다시 서울시장이 된다. 시장은 누가 해도 상관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말도 안 되는 후보가 더블스코어로 당선된다는 것이다. 만일 여기서 말이 되는 후보가 나온다고 생각해 보라. 그 결과는 참으로 참혹했을 것이다. 그 점에서 오세훈은 이미 어느 정도는 정권의 방패막이다.


시장은  방패막이다. 서울시장은 작은 방패막이다. 보나 안보나 오세훈은 서울시장을  해내지 못할 것이다. 작은 방패막이 하나 생겼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방파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작은 콘크리트 삼발이 하나로는 다가올  파도를 절대로 버텨낼 수가 없다.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세훈의 내곡동 땅을 백날 이야기해 보아야 밤낮으로 남의 다리나 긁는 손꾸락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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