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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y 16. 2021

어느 골프장의 회원으로 가입하다

London Life

Lodin Life 2.0

- (26) 어느 골프장의 회원으로 가입하다

  

  

런던의 골프 클럽은 클럽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명문 클럽일수록 돈으로는 안된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5년 이상 회원인 사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래도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지 못해도 예외적으로 회원 가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자신의 이력서(취직할 때 쓰는), 골프 이력서, 핸디캡 증명서를 제출하고 기다리면, 회원가입위원회에서 맘에 드는 경우에 한해 연락하여 면접 스케줄을 잡는다. 이 과정에만 수개월이 넘게 걸린다. 면접을 통과하면, 클럽의 캡틴과 라운딩하게 된다. 일종의 테스트다. 실력을 보는 것은 아니고 매너나 골프에 대한 태도를 보지만, 테스트당하는 입장에서는 실력도 꽤 신경이 쓰인다.


남자의 경우 핸디 20, 여자의 경우 핸디 28 이상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골프 이력서에 핸드 8이라고 써놓고, 18개를 넘게 치고 있으면, 어찌 신경이  쓰이겠는가? 신경이 곤두서다 보면, 뜻하지 않게 자신의 버릇이 나온다. 어느 한국인은 성질을  컨트롤하다가 17 홀에서  샷이 오비가 나자, ‘니미라는 욕들 내뱉었다. 캡틴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 그거, 한국 감탄사예요라고 대답했다. 에티켓이란 것이 18 내내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캡틴이  ‘니미라는 말을 기억해서 구글 검색을  보지는 않았는지, 그는 테스트 라운딩을 무사히 통과했다.



 과정을 통과하면 2년간의 준회원 자격이 주어지는데, 2년이 지나고  후에, 정회원 5명의 동의를 받으면, 정회원이   있다. 2 동안은 성질 죽이고, 매너 지키고, 디봇도  수리하고, 벙커도  고르면서 골프 쳐야 한다. 준회원 과정에서 기존 회원 누군가의  밖에 나면 정회원 길은 멀어진다. 그렇게 2년을 숨죽이며 골프를 치면, 골프 치는 재미는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매너는 몸에 베이게 된다.


나는 어제 어느 골프 클럽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코스 자체로는 런던 근교 골프 장 중에 최고라고 손꼽히지만, 가입 조건이 위에서 설명한 클럽처럼 매우 어려운 곳은 아니다. 내가 명문 클럽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면접에 초대를 받지 못했거나 면접 라운딩에서 감탄사를 연발하여 떨어진 것은 정말 아니다.


나의 클럽은 좋은 클럽이지만 집에서 5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런던에는 자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이면 어디나 골프장이 있다. 50분 정도 차를 타고 간다는 것은 골프를 아주 좋아하거나, 감탄사를 잘 연발하거나, 시내 명문 클럽의 오랜 대기 시간을 인내할 수 없는 경우다. 하여간 나는 내게 좋은 골프 클럽의 회원이 되었다. 실친이든 페친이든 누구나 오면, 집처럼 편안히 모실 나만의 클럽을 가지게 되었으니 만족이다.



가입비와 연회비가 있지만,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 가입조건이 까다로운 명문 클럽의 경우에도 가입비와 연회비가 그리 비싸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고 그런 클럽은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통과한 경우에 한해서 가입비와 연회비가 얼마인지 알려주기 때문에 나는 그런 클럽의 가입비와 연회비를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와이프와 둘째 아들과 함께 회원으로서 첫 라운딩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우리는 어느 골프 클럽의 회원이었다. 골프장 입구에 차단막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가 ‘나 멤버야!’라고 말하면 문을 열어 주곤 했다. 우리 둘째가 그걸 인상 깊게 본 모양이었다. 엄마 아빠를 따라 골프장을 아장아장 걷다가 오줌이 마려웠다. 나무 뒤에 가서 오줌을 누려고 하니 캐디 언니가 ‘거기서 오줌 싸면 안 돼’라고 말하자, 우리 둘째가 대답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Я член клуба(나 멤버야)’


그런 둘째가 커서 학교에 갔는데, 친구의 할아버지가 그 골프장의 주인이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아들 친구들에게 골프장에 오면 뭐든지 자기 이름을 대고 음식을 먹으라고 했고, 둘째는 골프 클럽의 회원이자, 골프장 주인의 손자의 친구 자격으로 골프장을 자기 집처럼 느꼈다.


오늘 영국 골프장의 멤버가  둘째는 카자흐스탄 시절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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