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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y 08. 2021

나는 내 주변 사람만큼만 좋다

London Life

London Life 2.0 -

(24) You are only as good as the people around you.

  

   

한 달 전부터 총리 공관 수리비용에 관한 보도가 영국 언론에 쏟아졌다. 뜬금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갑자기 이게 왜 문제가 되었는가? 알고 봤더니 지방선거 기간이라 그랬다. 영국의 선거는 거리에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우니, 선거 기간이었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 야당과 야당 성향의 언론이 선거 시즌을 맞이하여, 집권당 총리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어제 선거가 있었고, 보수당이 또 이겼다. 선거구가 생기고 보수당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지역에서 보수당 후보는 노동당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눌렸다.


진보 세력은 왜 도덕성에 집착할까? 불의와 불평등, 그것을 시정하는 것을 자신들의 존재 이유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정의롭지 못한 세력, 평등을 외면하는 세력으로 공격하여 승기를 잡고자 한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도 선거가 있었다. 유권자는 부동산 정책, 일자리 대책과 가상화폐 정책에 대해 물었. 그런데 민주당은 오세훈이 10 전인지 20 전인지 어느 곳에 방문했는가를 선거의 쟁점으로 . 식당 주인이 오세훈을 봤다나 어쨌다나, 구두가 페라가모라나 아니라나, 그렇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나 어쨌다나? 박형준이 아파트를 누구에게 샀는지,  채를 가지고 있는지를 선거의 쟁점으로 . 재혼이라나 초혼이라나? 국민은 경제에 대해 물었는, 민주당은 BBK 주인이 이명박이라도 .


그러면 선거에서 진다. 이런 실수를 다음에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는 경제에 대해 묻고, 미래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민주당은 후보의 장모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선거하면 결과는 뻔하다. 장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며, 우리 후보가 그걸 더 잘 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노동당은 아파트 수리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에 집중했다. 보리스 존슨은 선거구를 누비면서, ‘jabs, jabs, jabs, jobs, jobs, jobs’를 외쳤다. 백신을 어떻게 공급하는지, 백신 이후에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이야기했다. 누가 이길지 자명하지 않은가?


총리 공관의 인테리어와 가구를 바꾸는 데에 국민 세금을 쓰지 않았다. 총리가 사적으로 조달했다. 총리는 개인적인 후원을 받았다. 야당은 그 대가성, 또는 잠재 대가성을 물고 늘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대법원장이 바뀌고, 공관 수리비용으로 10억 원의 국고를 사용했다. 영국 총리는 공관을 수리하는데 국고를 쓰지 않았다. (그게 잘한 일이란 것은 아니다. 그게 대단한 선거의 쟁점은 아니란 이야기다.) 그리고 총리 공관을 수리하는데 든 비용은 고작(?) 9천만 원이었다. 비트코인 1.2개 값이다.



수리 비용을 지불한 사람은 옛 보수당 정치인이며, 현재는 기업활동과 자선사업을 병행하는 브라운로(Brownlow)였다. 영국에서 521번째 부자인 그는 3840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그간 보수당에 54억 원을 후원해 왔다.


총리공관을 수리하는데 왜 후원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은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만큼만 좋다.”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 그것을 위해 후원을 했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무슨 대답이 필요한가? 세상에는 정의보다 소중한 것도 있다. 적어도 때로는 그렇다.


내 주변 사람이 좋은 만큼만 내가 좋다면, 몇 명을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정리 좀 당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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