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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n 01. 2021

G7 정상회담 아젠다와 윈드서핑

London Life

London Life 2.0

 – (29) G7 정상회담 아젠다와 윈드서핑

  

  

우리 동네는 일 년에 네 번 정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번갈아 가면서 호스트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일 년 넘게 모임이 없었습니다. 어제는 코로나 판데믹 이후 처음으로 모임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동네 골목에 테이블을 세팅해 놓고 모였습니다. 호스트 하는 집에서 음식과 음료수를 준비했습니다. 모두들 골목에 서서 세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호스트 하는 집의 아저씨가 새로 이사 온 주민, 사교성이 좋지 않은 주민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우리 차례가 되면, 그 역할을 제가 해야 하는데, 샤이(shy)한 제가 어떻게 그 역할을 할 수가 있을까요?


이것이 다자 정상회담과 비슷합니다. 사교성이 떨어지는 국가의 정상은 다자회담은 참여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국 정상회담을 하면, 일방이 약소국이고 독재자라고 해도, 양국 국민, 당국자, 언론 등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됩니다. 일국의 정상이 소외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잠시라도 혼자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다자 정상회담은 다릅니다. 누구는 잠시 화장실 가느라고 사진 촬영에 빠질 수도 있고, 누구는 엉뚱한 곳을 보고 있는데 셔터가 눌러질 수도 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데, 한 정상만 뻘쭘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영어가 좀 불편한 정상이라면, 더욱더 신경이 곤두설 겁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최국 정상이 최대한 신경을 씁니다.


부담되는 행사인 다자간 정상회담에 정상은 꼭 참여해야 할까요? 정규 멤버도 아니고 초대 손님이라면, 참여하고 싶을까요? 저 같으면 안 갈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슨 논의를 하는 건데요?



G7 정상회담에 앞서서 각 분야별 장관급 회의가 개최됩니다. 무역부 장관, 내무부 장관, 외무부 장관, 보건부 장관, 기후 및 환경부 장관, 디지털 및 신기술부 장관, 재무부 장관이 분야별로 회의를 가집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6월 4일과 5일 양일간에 런던에서 개최되는 재무부 장관 회담입니다. 영국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장이 공동 호스트를 하는데, 그 의제가 인상적입니다.


‘경제의 디지털화로 발생하게 된 세금에 대한 여러 도전에 글로벌한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금이나 현금이 경제를 돌리는 주된 축일 때, 국가는 세금 징수에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현금이 디지털화되면서 각국 정부는 의도하지 않게 국민 경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각각 신용카드, 현금카드, 애플페이, 카카오페이를 쓰면서 국가는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돈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세금 징수도 누워서 떡 먹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짜가 어디 있고, 좋기만 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갑자기 크립토 커런시라는 것이 나와서 디지털화된 경제에서도 익명성이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머니에도 익명성이?  정부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날벼락입니다. 크립토 커런시는 국가 간 장벽이 없는데, 각국의 규제는 국가 안에서만 효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G7 같은 다자적인 틀에서 이런 문제가 다뤄져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매출에 대한 과세가 복잡해졌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터그램,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대해 각국 정부는 효과적으로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이 또한 개별 국가가 직면하게 되는 큰 도전입니다. 이 문제는 크립토 커런시보다 더 복잡할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자유 무역, 공정 무역, 기후 변화, 탄소배출권, 테러 대응, 전염병에 대한 공동 대처, 민주적 가치 확산 등은 오히려 쉬운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 방학을 맞이하여 콘월에 간다고 하니까, 동네 사람들이 모두 콘월에 대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영국 사람들 콘월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매년 콘월에 가는 한 아저씨는 ‘G7 정상회담 로고에 왜 파도가 물결치는 그림이 있는 줄 알아?’라고 제게 물었습니다. ‘기후 변화 뭐 이런 것, 재생 에너지 뭐 그런 것을 뜻하는 것 아닐까?’ ‘아냐 아냐! 콘월이 윈드 서핑하기에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라는 뜻이야. 콘월에는 윈드서퍼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피스트럴 비치(Fistral Beach)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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