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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y 23. 2021

G7과 G8을 가르는 기준 러시아

London Life

London LIfe 2.0

- (28) G7 G8 가르는 기준 러시아

  

(G7에 대한 세번째 이야기, 이 글을 쓰기 위해 러시아 20대 여성 무려 세명과 화상 인터뷰를 했습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Putin)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것은 KGB 출신, 정치적 라이벌 독살, 크림반도 무력 병합, 정상회담 상습 지각 같은 것입니다. 강하고 남성적이지만, 세련되지 못한 구시대적 리더로 보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푸틴의 지위는 견고합니다. 심지어 세련미와 가오를 중시하는 20대 여성들에게도 안정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듣습니다.


G7은 1997년에 옐친의 러시아를 초대하여 G8을 만듭니다. G7이 글로벌한 문제를 해결하는 틀이 되기 위해서는 동유럽과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러시아가 필요했습니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 민주주의, 자유주의라는 서구적인 기치 아래 모였던 G7에 이질적인 요소가 들어온 것입니다.


옐친의 러시아와 대비하여 푸틴의 러시아는 어떤 모습인가요? 자본주의가 강화되었지만, 민주주의는 퇴보했고, 엘리트 레벨에서는 자유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옐친은 러시아 역사 상 유일하게 자신의 임기를 가졌던 리더였습니다. 임기제를 다시 무력화시킨 푸틴은 급기야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하여 국제질서를 어지럽게 만들었습니다. 2014년, 그해는 마침 G8 회담이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습니다. 회담은 거부되었고, G8은 다시 G7으로 회귀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기서 등장하는 20대 젊은 여성 3인! ‘원래 러시아 땅이고,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원래가 한 몸입니다.’ 샘플이 적기는 하지만, ‘옳지 못하다’ 거나, ‘국제질서를 존중해야 했다’ 거나, ‘우크라이나에게 미안한 생각이다’라는 반응이 있을 줄 알았던 것은 제가 순진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양자적인 해결이 아닌 다자적인 해결을 선호한다면, 갈등은 G7과 중국이 될 것입니다. 중국의 약점이 민주주의의 결핍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전선을 미국 대 중국으로 긋는 것보다는 G7 대 중국으로 긋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만일 G7과 중국이 충돌하게 된다면, 러시아는 어느 편을 들까요?’ 다시 20대 여성 3인! ‘G7요?’ ‘아! 그럼 미국이라고 합시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다면?’ ‘러시아는 미국을 주된 적국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중국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러시아의 주요 교역국이지만, 그래도 중국 편에는 안 설 것 같은데요.’ ‘국가로서 러시아는 중국 편일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으로서 러시아인은 미국 편일 것입니다.’


세번째 대답이 인상적이지 않습니까? 국가로서 러시아는 중국 편이지만, 개인으로서 러시아인은 미국 편일 것이다! 개인을 넘는 국가란 일시적인 것이므로 결국 러시아는 중국 편을 들 수 없다는 의미로 저는 받아들입니다.


러시아인은 오랫동안 유럽을 지향해 왔습니다. 러시아인은 유럽의 문화, 역사, 전통, 민주, 자유의 가치를 갈망합니다. 러시아인이 사랑하는 노래 중에 'Я уеду жить в Лондон(나 런던으로 살러 갈래)'라는 것이 있습니다. 조용필 급의 유명한 가수가 부른 이 노래는 '단발머리' 이상의 국민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내용상으로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뛰우세요'라는 노래와 비교해 볼 수 있겠습니다. 깊은 철학과 고뇌가 있으며, 반전과 흥이 있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서 Где большая вода라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큰 흐름이 있는, 큰 물이 있는, 큰 줄기가 있는, 큰 유행이 있는, 큰 시작이 있는 곳 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큰 흐름이 있는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그곳으로 가는 기차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라는 구절도 상징적입니다. 기차요? 몇 차례 환승하고, 파리에서 유로스타를 타면 런던에 올 수 있을 텐데요. '근데 거기 가면, 내가 누구에게 필요할까? 니미!'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러시아인이 보는 서양을 제대로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언젠가 G7은 러시아를 다시 필요로 할 겁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기차가 왜 없겠습니까? G8이 그 기차가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국 여왕 앞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푸틴도 G8에 어울리는 겸허한 지도자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진 by 길원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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