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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y 19. 2021

G7 정상회담을 왜 콘월에서 개최하는가?

London Life

London Life 2.0

- (27) G7 정상회담을  콘월에서 개최하는가?

 

  

줄리어스 시저가 BC 55년에 영국을 정복하러 왔습니다. 영국을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기에 영국만 정복하면 다 정복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첼시, 세상의 끝’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시저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로마는 그로부터 100여 년 후인 AD 43년에 영국을 정복했습니다.


로마군이 영국에 왔을 때, 셀틱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여러 부족국가를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로마인은 여러 셀틱족을 통칭하여 브리튼스(Britons)라고, 브리튼스가 사는 섬나라를 브리타니아(Britannia)라고 불렀습니다. 셀틱족은 로마의 지배하에 번영을 누렸습니다. 팍스 로마나 아래에서 브리튼스는 식민지배의 모범을 체득했는지도 모릅니다. 후에 팍스 브리타니카가 탄생할 줄은 브리타니아를 지배한 로마인도, 지배를 당한 브리튼도 몰랐을 겁니다.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유럽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유럽 대륙에서 앵글, 색슨, 쥬트와 같은 게르만족이 영국으로 넘어옵니다. 싸움에는 능했지만, 문화적으로는 뒤쳐졌던 앵글로 색슨은 영국에 선물을 가지고 옵니다.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영어의 모태입니다. 앵글로 색슨은 영국 중동부에 거점을 마련한 후에 서쪽과 남쪽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셀틱족을 구석으로 몰아냅니다.


그들이 서쪽으로 가서 웨일스, 북쪽으로 가서 스코틀랜드, 바다로 건너서 아일랜드, 서남쪽으로 가서 콘월이 됩니다. 이들 셀틱족은 지금도 잉글랜드를 빼고 자기들끼리 연맹도 만들고, 축제도 개최합니다. 셀틱 연맹은 앵글로 색슨을 의미하는 english라는 단어에는 큰 거부감을 보이지만, 로마가 자신들을 지칭했던 british라는 단어에는 거부감이 덜합니다.


아일랜드는 오랜 갈등 끝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고,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주장합니다. 웨일스는 자치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콘월은 가까이 있는 웨일스와 비교해도 섭섭한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무명에 가깝습니다. 콘월에도 더 많은 자치를 요구하는 세력이 있고, 독립을 원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UK 일부로 남고자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셀틱 연맹 중에 잉글랜드에 가장 우호적인 곳입니다.



콘월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며, 영국 내 최고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대형 리조트, 유명 호텔은 없지만, 꽤 고급스러운 부티크 호텔은 많이 있습니다. 영국은 G7 회담장으로 콘월의 Carbis Bay를 선택했습니다. 이곳은 인구 4천 명의 조그마한 어촌입니다. 왜 G7은 콘월의 작은 마을까지 와야 했을까요?


날씨가 좋은 곳이라서요? 6월이면 영국은 어디나 날씨가 좋습니다. 경치가 좋은 곳이라서요? 그저 사랑스러운(lovely) 영국 해변 중 한 곳일 뿐입니다. 영국인은 종이컵 하나, 회담장에 놓일 연필 하나를 고르는 데도 그것이 미칠 사회 경제적 효과를 따집니다. 그런 영국인이 G7 정상회담 지역을 그냥 잡았겠습니까? 영국은 콘월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1300년대 이후로 왕의 장남이 콘월 공작(Duke of Cornwall)으로 임명되어 왔습니다. 콘월 공작은 그래서 나중에 왕이 됩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첫째 아들인 찰스도 콘월 공작입니다. 첫째 부인 다이애나, 지금의 부인인 카밀라는 콘월 공작부인입니다.


왕의 첫째 아들에게 콘월 공작의 타이틀을 주는 것은 상징적입니다. 콘월인은 자신들이 앵글로 색슨의 침략에 대항하여 싸웠던 아더왕(King Arthur)의 후손이라 믿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아더왕이 에든버러에서 엑스칼리버를 뽑았다고 믿지만요.) 아더왕은 정통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국왕은 자신의 첫째 아들에게 콘월 공작이라는 타이틀을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왕의 장남 찰스와 장손 윌리엄의 이름에는 아더가 들어갑니다. 영국인은 콘월의 바닷가 어딘가에서 아더왕의 엑스칼리버가 발견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G7, EU 집행위원장, 인도, 호주, 남아공의 정상과 문재인 대통령이 원탁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원탁이 갈라지면서, 엑스칼리버가? 콘월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콘월보다는 G7 정상회담의 의미와 의제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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