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우리 Jun 04. 2021

Tate는 무엇인가?

London Life

London Life 2.0

- (32) Tate Modern의 Tate는 무엇인가?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나와 오른편에 시티 오브 런던 스쿨을, 왼편에 구세군 건물을 사이에 두고 조금 걸으면,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계한 조그마한 다리가 나오는데, 이를 밀레니엄 브릿지라고 한다. 영국인들은 워블리(Wobbly)라고 하는데, 밀레니엄을 기리기 위해 오픈한 다리가 좌우로 몹시 흔들려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원래는 조그마한 흔들림이었는데, 다리 위에 있는 사람들이 흔들림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동시에 모션을 취했는데, 그러한 방어적 움직임이 모여서 다리를 더욱 크게 흔들리게 만들었다. 때때로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패닉도 이와 같은 워블리 현상이다.


워블리 다리 오른편으로 웨스트민스터와 런던아이가 있고, 왼쪽 편으로 타워 브리지가 보인다. 워블리를 건너면 왼쪽 편에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 오른편에 현대 미술의 집대성인 Tate Modern이 있다.


1981년까지 이곳에는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발전소가 있었다. 위치가 너무 좋아서 많은 디벨로퍼가 탐을 냈지만, 있는 것을 부수는 것을 몹시도 싫어하는 영국 사람들 때문에 디벨로퍼의 계획은 번번이 좌절되었다. 발전소의 구조물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실내에 하얀 페인트만 칠하고, 옥상에 카페와 회원 전용 공간을 만들어 오픈한 것이 현대 미술의 상징 Tate Modern 미술관이다. 개관한 지 20년밖에 되지 않은 이곳을 방문하는 관람객의 수는 일 년에 6백만 명이다.


처음에 Tate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저 단어를 나만 모르나 싶었다. 살다 보면 남들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것이 있지 않은가? 우리말에도 그런 것이 있는데, 영어에 없으란 법이 없다. 그래도 알파벳 네 개로 구성된 동사를 나만 모를 수가 있는가?


아니면 Tate가 만들어진 동사인가? 맛을 본다는 taste를 뜻해서, ‘현대 미술을 맛 보라’는 의미의 tate modern인가? ‘영국을 맛 보라’는 의미의 tate britain인가? 동시에 take를 연상시켜서, ‘현대 미술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인가? ‘리버풀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인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Tate가 사람 이름이라는 것이다. 헨리 테이트(Henry Tate, 1819-1899)라는 사업가였다. 동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다가 성공하여 설탕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사카린을 수입하고 제일제당을 만들었던 이병철이 생각난다. 설탕으로 돈을 번 헨리 테이트는 익명으로 자선사업을 했고, 미술 작품을 사 모았다. 왕이 그의 공로를 인정해 기사 작위를 준다고 했는데, 번번이 거절했다. 자꾸 거절하면 왕이 삐질 수밖에 없다는 말에, 본인은 누군가를 삐지게 만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작위를 받았다.


런던 템즈강 남단에 Tate Modern, 템즈강 북단에 영국 작가의 작품을 집대성한 Tate Britain, 그리고 리버풀에 Tate Liverpool, 콘월에 Tate St Ives가 있다.


Tate St Ives G7 정상회담 장소와 5 정도 떨어져 있으며, 콘월 최고 해변 중의 하나인 Porthmeor Beach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경포대 해수욕장 한가운데에 있을 이병철 미술관 또는 삼성 미술관을 생각해 본다.



지역 작가 중심으로 전시를 하지만, 지금은 특별전으로 한국의 작가인 양해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 제목은 strange attractors다. ‘이상하게 끌어들이는 자들’이다. 이러한 컨셉튜얼 아트를 나는 이해하지 못해서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앞 해변으로 가서 서핑을 했다. 서핑하다가 파도에 나뒹굴어 허우적거리다 나오면, 테이트 미술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Tate로 인해 작은 마을이 글로벌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해변은 어디나 있지만, Tate는 네 개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G7 정상회담이 열리는 콘월의 St Ives 그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