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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n 30. 2021

[그러니까, 영국]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London Life

[그러니까, 영국] 이렇게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영국]이 나온 날, 동네 아저씨 두 명이 축하한다며, 우리 집에 왔습니다. 책 출간은 핑계고 집에 TV가 없기 때문에 우리 집에 축구를 보러 온 것입니다. 제 책에 많은 조언을 해주신 분이니 여러 맥주와 갖은 안주을 준비하여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1966년 월드컵에서 영국은 독일을 물리치고 우승했습니다. 1970년 월드컵에서 영국은 디펜딩 챔피언이었고, 우승을 자신했습니다. 독일과 8강 전에서 만났는데, 2대 0으로 이기다가 3대 2로 역전패하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평상시에는 신사인데 축구 유니폼만 입으면 야수가 되는 영국인은 분노를 자제할 길이 없었습니다. 마침 3일 뒤에 총선이 있었습니다. 집권당인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총선의 결과가 보수당의 압승으로 뒤집혔습니다. 상처 난 영국인의 자존심을 노동당이 회복시켜 줄 것 같지 않다고 유권자들이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윈스턴 처칠이 툭 튀어 나오고 그런 것입니다. 자존심이란 무엇인가요?


그 후로 영국은 월드컵과 유로 축구대회의 녹아웃 스테이지(조별리그 이후에 벌이는 16강, 8강, 준결승, 결승 등을 통칭하는 말)에서 독일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전에 이겨 놓은 것이 많아서 상대전적은 여전히 앞서고, 중요하지 않은 경기에서는 큰 점수 차로 이긴 적도 있었지만, 기분 좋게 이겼던 기억은 아득합니다.



영국이 후반 75분에 한 골을 넣자, ‘이제는 수비만 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86분에 추가골을 넣어 2대 0이 되자 마음이 금방 변합니다. ‘공격해! 추가로 골을 더 넣어!’ ‘아까는 수비만 하라면서?’라고 물으니, ‘이제는 이겼으니 독일에게 굴욕을 심어줘야 해!’라고 합니다. ‘노이어 골키퍼 공격 가담하고, 손흥민이 월드컵에서 독일 상대로 쐐기골을 넣은 것처럼 추가로 한 골을 더 박아서 독일을 떡 실신시켜야 해!’ 평상시에 안 쓰는 용어가 막 나옵니다.

  

[그러니까, 영국]은 영국 아저씨(때로는 신사, 때로는 훌리건)에게 빚진 것보다 훨씬 더 크게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빚졌습니다. 페이스북에 영국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마다 질타를 해주시고, 오류를 지적해 주시고, 자신만의 고견을 남겨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파편의 글이 단행본이 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글이 많이 필요했고, 내용의 수정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페친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늘 칭찬으로 격려해 주신 분들, ‘좋아요’를 흔쾌히 눌러주셨던 분들에게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대접을 해야 마땅합니다. 페친님들과 같이 토트넘 경기장에서 손흥민 경기를 관람할 날을 상상해 봅니다. 맥주와 안주뿐이겠습니까? 모든 것을 제대로 대접해야지요. 그때 우리도 신사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같이 훌리건이 한번 되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Londo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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