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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n 25. 2021

축구는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라고? 자전거는?

London Life 2.0

축구는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라고? 자전거는?

  

  

-. BBC 라디오 4 진행자: 다음 주 화요일에 EURO 2020의 16강에서 영국과 독일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운명의 한판인데요. 독일 축구협회 관계자를 모셔 이야기 듣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독일 축협 관계자: 안녕하세요! 어제 독일의 경기력이 좋지 못했고, 16강에서 최강의 상대인 영국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BBC: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항상 독일이 이기잖아요?


-. 독일: 영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역사적으로 영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영국이 더 많이 이겼고, 더 많은 골을 넣었고, 더 큰 점수 차이로 이겼어요.


-. BBC4: 그래요? 데이터를 찾아 봐야겠네요.

 


독일 축협 관계자의 말이 옳다면, ‘축구하면 독일’이라는 이미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게리 리네커(Gary Lineker)는 토트넘, 바로셀로나에서 뛰었고, 영국 국가대표로 월드컵에서 해트트릭도 기록했다. 은퇴 후에 BBC에서 축구 분석가로 활동했는데, 영국 축구팬은 그의 능숙한 진행 솜씨에 빠져 들었다. BBC에서 일년에 3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고, 지금은 BT 스포츠 축구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게리 리네커는 해설 중에 “축구는 단순한 게임이다. 22명이 90분간 공을 쫓다가, 결국에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Football is a simple game; 22 men chase a ball for 90 minutes and at the end, the Germans win)”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축구 역사를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1899년부터 영국과 독일이 축구를 해 왔지만, 늘 영국이 이겼다. 2차 세계대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1935년에 지금의 토트넘 구장에서 영국과 독일의 축구 경기가 벌어졌다. 8천명에 달하는 독일 축구팬이 원정왔고, 히틀러는 독일인의 우수성을 축구에서 보여주려고 했지만, 결과는 3대 0 영국의 완승이었다. 전쟁 중 크리스마스에 군인들이 전투를 멈추고 축구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 그 경기에서도 영국이 이기지 않았을까?



북한이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던 1966년 월드컵 결승에서 영국과 독일이 만났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결승골이 골대를 강타한 후에 그라운드에 떨어졌는데 영국 선수들이 골이라고 환호했지만 주심은 확신이 없었다. 부심에게 달려가 골 여부를 물었는데, 부심은 확신에 차서 골이라고 말했다. 그 골 덕에 영국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영국의 축구팬은 골을 인정한 아제르바이잔(당시 소련) 부심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축구할 때에 고인이 된 부심을 향해 묵념을 하기도 하며, 아제르바이잔을 여행하는 영국인 중에 그의 무덤에 가서 참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옥스퍼드 대학과 임페리얼 컬리지의 연구원들이 현대 컴퓨터 기술로 당시의 화면을 분석한 결과, 그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기 위해서는 최소 2.5cm에서 최대 6cm까지 안으로 더 들어갔어야 했다. 즉 그 골은 골이 아니었다.


독일은 그로부터 2년 후인 1968년에야 처음으로 영국을 이겼다. 베켄바우어라는 불세출의 축구선수가 등장하면서 독일 축구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독일은 영국보다 세번이나 많이 월드컵을 우승했고, 영국이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EURO 대회를 세번 우승했다. 아마도 게리 니네커가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시대에 영국은 독일에 자주 졌던 모양이다.


게리 리네커의 말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유럽 축구 무대를 장악했다고 할 수는 없다. 독일은 역대전적에서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이탈리아에도 밀리고 있다. 적절한 때에 내뱉은 멋진 말은 강한 이미지와 오랜 여운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이번 주에 들은 가장 인상적인 말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전광훈 목사의 말이다. “전혀 대한민국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디서 저 외국에서 주워들은 것, 배운 걸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적절한 시점인지 멋진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게는 오랜 여운과 강한 이미지를 남긴다. 야당 대표야 힘이 있으니 자신을 지키겠지만, 자전거는 지못미다.


자전거는 이 세상에 10억 대가 넘으며, 지금도 하루에 삼십육만 대가 생산되고 있다. 이제 유럽 몇몇 도시의 도로에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많다. 런던도 그런 날이 멀지 않았다.



[자전거]라는 제목의 책을 써보고 싶다. 자전거 라이프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자전거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책이다.  책에 이런 말을 넣어 볼까 한다. “자전거는 단순한 운동이다. 앞으로 가기 위해 쉬지 않고 페달을 밟다가 결국은 안장에서 내리는 스포츠다.” 그럴 뭘 어디서 배워 올 것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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