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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l 10. 2021

데이트 모던에서 방학 첫날을 시작하다

London Life

데이트 모던에서 방학 첫날을 시작하다

 London Life 2.9 - (43)

  

런던에 오는 제 손님들은 대게 미술을 잘 모르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래도 Tate Modern에는 꼭 모시고 왔지요. ‘쭈욱 둘러보고 오세요’라고 말하고, 경치 좋은 멤버 라운지에서 일 좀 할 요량으로 컴퓨터를 켜면, 부팅이 끝나기가 무섭게 돌아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누구는 ‘볼 게 없다!’는 표정으로, 누구는 ‘진짜 다 보고 왔어!’하는 표정으로 오더군요. 그래도 탓을 못하죠. 저도 그러니까요.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첫날의 일정은 테이트 모던이라고 와이프가 정했습니다. 저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첫날 일정이기도 하고, 근처에 볼 일도 있어서 따라갔습니다.


내셔날 갤러리를 가면, ‘천재들의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테이트 모던을 가면 ‘도달한(미친) 사람들의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아주 쐐기를 박던걸요.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의 ‘고통의 샹들리에(Chandelier of Grief)’와 ‘무한 거울 방(Infinity Mirrored Room)’을 보니, ‘이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사마의 작품을 보면, 가슴이 진정이 안됩니다.



마음을 달래려고 한층 밑에 있는 로뎅 전시회에 갔습니다. The Thinker(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편안해질 것 같았습니다. 근대 로뎅의 조각상도 보니 마음 편한 것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로뎅도 확실히 어딘가에 도달한 사람입니다. 전 세계에 ‘생각하는 사람’이 28개 정도 존재한다고 하는데, 테이트 모던의 오늘 작품은 그중에도 참 치열하게 생각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왠지 오늘부터는 휙 둘러보고는 ‘다 봤다. 진짜로!’ 그런 이야기는 안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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