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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Sep 21. 2021

프라이빗 뱅킹의 고객이 된다면

London Life

프라이빗 뱅킹의 고객이 된다면

    

     

런던 시내에는 왕관 세 개가 그려 있고 쿠츠(Coutts)라고 쓰여 있는 건물이 있다. 쿠츠는 1692년에 런던에 설립된 은행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은행이 PLC(Public Limited Company)인데 반해 쿠츠는 PUC(Private Unlimited Company)다. 즉 은행의 지분권자가 은행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진다. 은행의 소유권자가 자신의 은행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요즘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초창기 은행은 다 그랬고, 쿠츠는 여전히 그렇다.


영국 여왕과 왕실 멤버가 이 은행을 거래하고 있으며, 전통의 명가와 유명인이 쿠츠를 이용하고 있다. 이 은행에서 발급하는 신용카드 또는 현금카드를 쿠츠 실크 타드(Coutts Silk Card)라고 한다. 이 카드를 가지고 결제하는 사람과 바클레이즈나 HSBC 카드를 가지고 결제하는 사람 사이에는 레벨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Coutts Silk 카드는 전 세계의 가장 명예로운 카드 top 5에 든다. 다른 탑 카드가 많은 연회비를 내는 대신에 쿠츠 카드는 연회비가 전혀 없다. 전 세계 700개 공항 VIP룸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있지만, 쿠츠 카드의 혜택은 사전에 정의되는 성격이 아니다. 카드를 냈을 때 받게 되는 진정한 혜택은 사용해 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카드를 한번 만들어 보자! 쿠츠의 홈페이지에 간다. ‘은행 고객 되기’ 버튼을 누르니 첫번째 질문이 나온다. ‘우리 은행에서 1백만 파운드 이상을 빌릴 것입니까?’ No를 클릭한다. 두번째 질문 ‘우리 은행에서 1백만 파운드 이상 저금 또는 투자하실 것입니까?’ No를 클릭한다. 세번째 질문 ‘당신의 연봉이 50만 파운드 이상이 됩니까?’ No를 클릭한다. 네번째 질문 ‘조만간에 앞의 세 가지 질문 중에 하나에 해당될만한 변경 사유가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사유인가요? 회사 매각? 상속? 승진? 투자이익 증가? 부동산 매각?”


위의 것 중의 하나에 Yes를 클릭하면 자신의 이름,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남기게 되어 있다. 모두 NO를 누르면 ‘우리의 서비스가 당신의 필요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 은행의 모토가 나타난다. To be, rather than to seem이라든가 Doing Well by Doing Good라는. 뭔가 우리가 생각하는 은행과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다.



나는 은행의 고객이 될 최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갖추게 된다고 해도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난 그러지는 않겠다. 혜택이 있다는데 굳이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이 은행의 고객이라고 하면 런던 시내의 프라이빗한 많은 클럽의 가입 프로세스가 쉬워진다고 한다.


나는 언젠가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회사 매각? 상속? 투자 이익 증가? (비트코인 상승?) 부동산 매각? 혹시 나중에 자식에게 받는 용돈? 어떤 횡재수? 복권? 음 뭐가 또 있을까?


내가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카드를 쓰고 싶어서 들과의 식사 값을 모두  카드로 지불할텐데. 그리고 식사도  카드를 알아보는 레스토랑에서 하게 될텐데. 현재로서는 그래지 못해서 심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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