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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Sep 27. 2021

첼시 플라워 쇼

London Life

첼시 플라워 

  

1912년에 시작된 첼시 플라워 쇼가 역사상 처음으로 가을에 개최되었다. 매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진행되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9월에 펼쳐졌다.


주최 측에서 ‘가을에 플라워 쇼가 가능하냐?’는 말에 플로리스트와 가드너들은 ‘플라워 쇼는 12월에도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꽃은 언제나 피고, 자연은 언제나 자랑할만한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왕이 첼시 플라워 쇼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봄에 개최된 플라워 쇼의 입장객 수에 육박하는 150 000명의 관람객이 행사에 다녀갔다. 일반 관람객은 15만 원, RHS 회원이면 11만 원의 관람료를 내야 하니 입장권 판매 수익만 200억 원에 달하는 행사다. 그리고 참여 업체가 주최 측에 내야 하는 돈의 규모까지 합하면 행사 규모가 과연 매머드급이다.


‘가을의 색은 충분히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5월의 플라워 쇼에 버금가는 행사였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라고 말하는 관람객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티켓 구하는 것도 예년처럼 어렵지는 않았다.



행사는 일요일 5시에 종료하는데, 4시부터는 전시된 꽃이나 식물을 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좋은 것은 이미 첫날부터 그리고 아침부터 예약이 완료되어 있었다. 국화꽃 하나라도 알리움(Allium) 하나라도 건지려면 3시부터는 긴 줄을 서야 했다.


내년 5월에 다시 와 봐야겠다. 가을 플라워 쇼와 다른 봄 플라워 쇼를 구경해야겠다. 그리고 플라워 쇼도 축구 경기처럼, 라이더컵 골프처럼 작전을 잘 짜서 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뭘 사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사야 할지 몰라서 꽃다발 두 개와 미세 절지가위 하나를 사는 데에 만족했다.



그래도 눈이 호강했고, 가든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감을 조금 잡은 것이 큰 소득이다. 삶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집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요한 것은 가든이고 꽃이란다.


꽃과 가든에 투자하는 것은 주식이나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만큼 중요하단다. 그리고 여기에는 투자 실패가 좀처럼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튤립 버블은 버블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진짜 그런지 두고  일이다. 일상의 행복감에 투자하면, 진짜 행복해지는지, 집값도 오르는지, 그래서 커다란 호박 같은 결실이 맺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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