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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Nov 08. 2021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기념비적인 슬로건이 필요하다

London Life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기념비적인 슬로건이 필요하다

  

  

유권자에게는 견제 심리가 있어서 특정 정당에게 모든 선거를 몰아주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면,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는 경우가 많다. 두 번 연속해서 이기면 다음 선거에서는 지는 것이 보통이다. 인물에서 앞섰던 엘 고어나 힐러리 클린턴이 낙선한 이유는 세 번 몰아주지 않는 유권자 정서 때문이다. 정동영이 이명박에게 역사상 가장 큰 표 차이로 진 것도 같은 이유다.


영국 정치사에도 선거에서 세 번 연속 승리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것도 보수당이 아닌 노동당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젊은 정치인이었던 토니 블레어는 고든 브라운과 짝을 이뤄 세 번 연속으로 노동당의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좌파 노선을 버리고, 우클릭하여 중도층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이다.


토니 블레어의 선거 구호는 New Labour, New Britain(새 노동당, 새 영국)이었다. 정의, 형평, 복지 등의 전통적 좌파 구호를 버리고, 보수적인 냄새를 풍기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노동당의 구호가 아니라 신한국당의 구호 같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을 떠오르게 하는 슬로건이다.



좌파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클릭이 필요하다. 논쟁을 좋아하는 열성 좌파는 ‘자기 당 후보가 우클릭한다면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협박한다. 그러나 열성 좌파가 우클릭한 좌파보다 좌 클릭한 우파를 찍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선거에서 해야 하는 유일한 선택은 우클릭이다. ‘부동산은 공공재다’와 같은 구호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긴다.


20세기 영국 정치를 주도했던 보수당조차도 세 번 연속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려운 과업을 달성한 인물이 바로 마가렛 대처다. 마가렛 대처가 선거에서 승리할 때에도 기념비적인 선거 구호가 있었다.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만들어 낸 구호다.


런던의 첼시에 가면 사치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이름이 이보다 더 사치스러울 수가 있을까? 사치 갤러리 주위도 참으로 사치스럽다. 사치 갤러리 모퉁이를 돌면 자라(ZARA) 매장이 있는데, 사치 갤러리의 분위기에 물들어서 자라 매장이 마치 루이뷔통 매장처럼 보인다. 사치라는 성은 이라크와 이란 지역에 오랫동안 살았던 유대인의 성이다. 찰스 사치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1943년에 태어난 유대인이다. 아버지 나탄 사치가 런던으로 이주하여 방직물 거래로 큰돈을 벌었고, 아들인 찰스 사치는 광고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했고, 현대 미술의 후원자가 되었다.



찰스 사치가 마가렛 대처에게 기념비적인 선거 승리를 가져다준 슬로건은 ‘Labour isn’t working’이었다. ‘노동당은 일하지 않는다 의미를 가지지만, ‘노동당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가지며, 노동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로도 들린다.  슬로건은 현대 정치사에 최고의 선거 슬로건 중의 하나로 꼽힌다. 나중에 ‘Labour still isn’t working’으로 진화했고, 수많은 모방 슬로건을 낳았다. ‘노동당은 일하지 않는다라는 강렬한 슬로건에 걸린 노동당은 패배를 계속했고,  패배의 구렁텅이를 벗어날  있는 방법은 New Labour, New Britain 밖에 없었던 셈이다.



더불어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희망이 실오라기만큼이라도 있을까? 대폭적으로 우클릭을 해야 한다. 그것은 이재명 후보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잔여 임기가 그러해야 한다. 그러면서 기막힌 선거 구호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것은 어떨까?


‘칼잡이는 일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검사로 한정 지우면서, 일꾼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아니면 ‘사무라이는 일하지 않는다.’ 좀 네거티브한 냄새를 풍기는 슬로건이라 마땅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여간 천재적 슬로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패배가 뻔히 보이는 어려운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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