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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Nov 17. 2021

그림이 주는 커다란 위안

London Life

그림이 주는 커다란 위안

  

  

김규봉 선생님이 화가가 주는 위안을 주제로 책을 냈습니다. 위안이라는 말은 그림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립니다.


런던에 나치 공습이 있을 때, 런던 갤러리 그림도 모두 피난을 갔습니다. 내셔날 갤러리는 보유한 많은 그림을 웨일스의 지하 동굴 같은 곳에 보관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런던 시민의 우울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와중에 어느 피아니스트가 공습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텅 빈 내셔날 갤러리에서 점심때마다 공연을 했습니다. 공연을 보고자 몰려든 사람이 인산인해였습니다. 이에 자극받은 내셔날 갤러리가 한 달에 작품 한 점 만을 꺼내와 갤러리에 ‘이 달의 그림’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셔날 갤러리를 찾았고, 이 달의 그림은 런던 시민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습니다.


[런던 미술관 산책] 저자 전원경 선생님이 좋아하는 코톨드(The Courtauld) 갤러리가 3년이 넘는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합니다. 오늘은 정식 개관을 3 앞두고, 멤버들만 초대하여 갤러리를 공개했습니다. 영국의 갤러리는 어딜 가도 과한 것이 없습니다. 750 원을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리모델링입니다.(이건 칭찬인가? 아닌가?)


오늘 온 분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고, 그림을 지켜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저분들은 3년을 어떻게 참았을까요? 그림과 교감하는 연로한 회원들 모습이 그림만큼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코톨드는 인상파 화가의 작품 소장으로 유명한 갤러리입니다. 소장 그림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임대를 가서 리모델링 비용을 벌어 왔습니다.


회원들이 그림의 안부가 궁금했던 것처럼 그림도 자주 오는 회원의 안부가 궁금했을까요? 늘 찾아오던 멤버가 재개관을 했는데도 오랫동안 오지 않으면, 작품도 코로나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하지 않을까요? 어느 회원은 유난히 그림에 가까이 가서 살펴보던데요. ‘네가 돌아왔구나! 나도 여기에 있어’라고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코톨드에 새로운 것은 Denis Coates 전시실이 생겼다는 겁니다. 내년 2월에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모두 모아 이곳에서 전시합니다. 고흐의 자화상은 세상에 35개가 존재하는데 대부분은 개인 소장으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일반에 공개되는 자화상 전부를 한 곳에 모으는 전시회입니다. 암스테르담, 파리, 뉴욕,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지의 갤러리에서 고흐 자회상을 모아 옵니다. 그에 따른 비용 전부를 Bet365의 오너인 데니스 코츠가 부담합니다. 그 대가로 데니스 코츠는 자신의 이름을 갤러리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코톨드는 앞으로 자신들의 소장품을 임대 보내지 않겠다고 합니다. 즉슨 고흐의 자화상이 한 군데 모이는 마지막 전시회가 내년 2월에 이곳에서 개최된다는 뜻입니다. 이야기도 참 잘 만들어 내는 사람들입니다.


한 곳에 모여진 고흐의 자화상은 우리에게 어떤 위안이 되어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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