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관하여

London Life

by 유우리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관하여


크리스마스 주간이 시작되었다. 거리의 화려한 장식 사이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영국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학작품 속의 캐릭터를 말해보라면,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Scrooge)를 꼽을 수 있다. 스크루지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를 연상시키지만, 작품 어디에도 그런 언급은 없다. 찰스 디킨스가 그를 유대인으로 묘사했다면, 영국인은 스크루지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인은 자신이 스크루지로 비치는 것을 무척 꺼린다. 성공하고 부유한 영국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기부와 자선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스크루지라는 캐릭터의 영향이다.



영국 사립학교는 학비가 너무 비싸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100에서 200파운드 정도의 상징적 액수다. 장학금 대신에 재정보조(bursary, 버얼서리)가 있다. 영국 최고 학교 중의 하나인 세인트 폴 스쿨(St. Paul School)의 경우에 자기 집의 순자산이 22억 원, 연소득이 2억 원 미만이면, 재정보조를 받을 수 있다. 재정보조 펀드의 주된 재원은 학부모 및 졸업생의 기부다. 자기 아이의 학비 이외에 추가로 다른 학생의 학비를 통째로 기부하는 학부모도 많다. 학비가 4천만 원을 넘는데도 말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대부분 자선행사다. 이런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다. 크리스마스 행사는 말할 것도 없이 온통 자선행사다.


오늘날의 크리스마스는 찰스 디킨스의 글을 통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것이 많다. 칠면조만 해도 그렇다. 디킨스 이전에는 대게 오리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심한 스크루지가 직원에게 칠면조를 보내면서 크리스마스 식탁에는 빠짐없이 칠면조가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1870년에 찰스 디킨스가 죽자, 영국 어린이들은 ‘그럼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더는 없나요?’라며 슬퍼했다고 한다. 찰스 디킨스가 오늘날의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냈고, 스크루지가 자본주의의 착한 일면을 만들어 냈다.


우리 문학작품 캐릭터 중에 가장 성공적인 인물은 누구일까? 놀부가 아닐까? [흥부전]의 주인공은 흥부지만, 캐릭터상 기가 막힌 것은 흥부가 아니라 놀부다. 우리나라 사람은 흥부에 큰 감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착한 대가로 자식을 굶주리게 만드는 것에 찬성할 사람이 많지 않다. 흥부는 어쩌면 오늘날 저출산 문제의 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놀부라는 캐릭터만큼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캐릭터는 없다. 한국 사회는 형제자매끼리 싸우는 것을 극히 꺼린다. 동생을 때리거나 형에게 욕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용납 안 되는 범주에 속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도 형제자매의 우애는 효도의 주요 축이다. 부모님을 보호할 목적으로 형이나 형수에게 쌍욕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일부 예외가 있겠으나 한국인은 대체로 자신이 놀부로 비치는 것을 꺼린다. 우리가 형제지간 우애를 삶의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은 놀부라는 캐릭터 덕이다. 이런 캐릭터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모인다. 형제끼리 이재명이냐, 윤석열이냐를 놓고 싸우지 말 일이다. 둘 다 정상을 한참 벗어났기 때문에 결론이 안 내려진다. 싸움만 난다. 형제간 우애 앞에 정치가 뭔 대수인가?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 가족모임에서 재산을 놓고 싸우지도 말 일이다. 대신에 기부나 자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크리스마스에 어울린다. 그래야 우리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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