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이재명에게 표를 주기 어려운 진짜 마지막 이유
‘이재명을 싫어하는 분들께’라는 광고 영상이 만들어진 모양이다. 나를 향해 만들어진 영상이라 기대가 된다.
이재명 후보의 쌍욕을 들었을 때, 힘들었다. 인성의 문제는 불우한 어린 시절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부인의 법인카드 사용이다. 금액의 크기 여부를 떠나 심각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남편이 총장이면 부인도 총장이고, 남편이 시장이면 부인도 시장이다’라는 훈훈한 정서가 있다. 폭넓게 인정되는 법인카드 접대비는 훈훈함에 훈훈함을 더한다. 그러니 백번을 양보한 후에 한 번 더 눈 감아주면,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의 인성과 도덕적인 결함은 막상막하다. 앞으로 어떤 결함이 추가돼도 새삼 결정적일 것이 없을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대선은 없었다. 상대방에게도 큰 흠이 있는 상황이라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인 나는 눈을 딱 감고 이재명에게 표를 줘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에게 표를 주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경제 정책! 이게 진짜 마지막 이유다. 이재명 정부는 정책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답습할 우려가 크다. 그것은 이재명 팀과 문재인 팀이 그리는 이상적인 사회상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김수현 같은 사람이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고, 김상조나 장하성 같은 분이 정부 정책을 지휘하는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던 분이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구제에 소극적이고, 대규모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세금을 수십조 더 걷었다. 세금이 왜 더 걷히는 줄도 모르는 재무부 장관을 맥락 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지만, 경제에 대한 지식과 소신은 없어 보였다. 대통령에게 그것이 없을 수 있지만, 적어도 직관은 있어야 했다. 대통령에게 허심탄회하게 조언할 위치에 있었던 임종석이나 조국 같은 분도 여러 정책에 대한 지식, 소신 및 직관은 없어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경제에 대한 얼마간의 지식이나 직관이 있어 보이지만, 늘 과한 소신이 문제다. 제2의 김수현, 김상조, 장하성을 불러 모은 후에, 그들을 절대 신뢰하고 고집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홍남기를 과하게 신뢰하는 것은 몰라서 홍남기를 내버려 두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낼 것이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 대부분이 연장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이 내가 이재명에게 표를 선뜻 줄 수 없는 마지막 이유다.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는 경제에 대한 식견과 함께 여러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2월부터 퇴진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영국의 방송과 신문은 차기 총리를 공공연히 언급하며 총리의 위신을 땅에 떨구고 있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인물이 재무부 장관인 리쉬 수낙이다. 최초의 소수민족(인도인) 총리라는 상징성과 함께 코로나 국면에서 재정을 잘 이끈 강점이 있다. 그러나 그의 경력이 재정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큰 단점이다. 그래서 더 유력한 후보로 고려되고 있는 사람이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다.
의원 내각제의 총리는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고, 모든 내각 구성원도 여러 부처를 맡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선거로 정권이 바뀌면 내각은 하루 만에 인수인계가 이뤄지는데, 이는 야당에 쉐도우 내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선에 이재명이 사라졌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후보의 갈등,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윤석열 후보의 기행 때문에 이재명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눈썹 위의 복털과 다리 경련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에게 표를 줄 수 없는 것은 제2의 김수현, 김상조와 장하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정책 실장, 경제 수석, 재무부 장관 후보군을 미리 공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집권 후에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이 지난 정권 같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만 하지 말고, 사람을 꼭 집어 보여줘야 한다. 인물이 발표되면 언론은 그들의 뒷조사를 할 것이고 투기가 발견되고 집안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그러나 그건 걱정이 아니다. 도덕성은 어차피 뒷전에 밀린 선거다. 아무리 문제가 발견되어도 윤과 이가 깔아 놓은 바닥을 뚫고 내려갈 사람은 없다.
경제 정책팀을 발표하면서 이재명은 다시 뉴스에 나타날 것이고, 앞으로 남은 대선은 정책 대결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에게 국민을 설득시킬만한 인재풀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없다면 정권은 교체된다. ‘뭔 소리냐? 그럼 윤석열에게는 있냐?’라고 화를 낼 분들이 있겠으나,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는 힘이 있다. 울화통 터져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사람들 주변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