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홀인원을 하고, 홀인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London Life 2.0 – (127)
큐(Kew) 가든 옆에는 로열 미드 서레이(Royal Mid-Surrey)라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150야드 파3, 11번 홀은 높은 벙커가 그린 앞을 가로막고 있기에, 티샷 박스에서 깃대는 보이지만 홀컵은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8번 아이언으로 공을 정확히 임팩트했습니다.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스윙이었습니다. 피니쉬를 풀지 않고, 핀을 향해 날아가는 공을 끝까지 주시했습니다. 느낌이 좋았습니다. ‘홀인원 아니야?’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그린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린에 공이 보이지 않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홀컵을 내려 보는 순간, Titleist2와 그만 눈을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공은 내게 ‘잘 했어!’라고 말 해주었습니다.
2008년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자일라우 골프 클럽 7번 홀에서 홀인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 홀인원은 덩크 슛처럼, 공이 다이렉트로 홀컵의 가장자리를 뭉개고 들어 갔습니다. 14년 만에 두번째 홀인원을 했습니다.
홀인원을 한 골퍼 중에 14%만이 두번째 홀인원을 합니다. 찾아보니 홀인원에 대한 이야기 중에 재미난 것이 아주 많습니다. 아래 내용은 thheexperiencestandrews닷컴을 참조한 것입니다.
1. 골퍼가 파3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은 12 500 분의 1입니다. 18홀 라운딩을 3 125 번 하면, 한번 나올 수 있는 확률입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30년간 라운딩할 경우에 한번 나옵니다.
2. 역사상 첫 홀인원을 한 사람은 Old 톰 모리스입니다. 1868년 프레스트윅에서 개최된 9회 브리티시 오픈에서 기록했습니다.
3. 영국에서 홀인원을 한 사람은 동반자에게 위스키를 사며, 동반자뿐만 아니라 클럽하우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산다고 합니다. 남은 위스키 병은 그날의 다른 골퍼를 위해 bar에 남겨두고 갑니다. 대회에서 홀인원을 하면 대회 참가자 모두에게 위스키를 삽니다.
4. 영국의 폴 케이시는 2012년 WGC 캐딜락 챔피언쉽에서 자동차가 홀인원 상품으로 걸려 있는 15번 홀에서 캐디에게 ‘이번 홀에 홀인원을 하면 자동차를 나누어 가지자!’라고 말했습니다. 티샷한 공은 그린에 떨어진 후에 굴러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캐디는 좋아서 팔짝 팔짝 뛰었고, 폴 케이시는 ‘괜히 그런 말을 했네!’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5. 가장 많은 홀인원을 기록하는 클럽은 8번 아이언입니다. 폴 케이시와 저도 8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했습니다. 제 첫번째 홀인원은 9번 아이언이었습니다.
6. 타이거 우즈는 공식대회에서 홀인원을 3번 했고, 미국의 어느 골퍼는 59번이나 홀인원을 했습니다.
7. 파4 홀에서 하는 알바트로스 홀인원은 PGA 대회에서는 2001년에 딱 한번 있었습니다. LPGA에서는 장하나 선수가 2016년에 알바트로스 홀인원을 기록했습니다.
8. 파5 홀에서 하는 콘도어 홀인원은 정식 대회에서는 없었지만, 골프 역사상 총 다섯 번이 있었습니다. 최장거리 홀인원은 517야드로 기록되었는데, 페어웨이에 잔디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극도로 마른 상태의 내리막 홀이었습니다.
9.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첫 라운딩에서만 무려 5개의 홀인원을 했다고 합니다. 이 기록은 북한의 공식 국가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전세계 골프계는 위대한 영도자(?)가 스코어를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ㅋㅋㅋ. 말하자면 허위 입증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10. 모든 싱글 핸디캡 골퍼는 파3 홀 티샷 박스에 설 때마다 홀인원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싱글이 아니더라도 늘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