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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Apr 20. 2022

우리는 3분마다 눈물을 흘려요

전쟁과 여성의 목소리

윤영호: 이 전쟁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요?


다리야: 저는 8년 전에 마리우폴을 떠나 폴란드로 왔기에 이번 전쟁의 참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어요. 그러나 어리석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내 영혼, 내 가족의 영혼,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영혼을 영원히 불구로 만들었어요.


나는 올 6월에 남자 친구와 결혼할 예정이었고, 우리는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곳에 양가 친척이 모두 모여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지요. 나는 피로연을 위해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선택했고, 결혼식에 신을 구두를 골라 놓았어요. 우리는 얼마 전까지 한없이 낭만적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어떻죠? 내 고국에서 러시아 군인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요. 그에 따라 나의 세상은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어 버렸지요.


벌써 52일 동안 외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외할아버지는 어딘가로 끌려갔다고만 들었어요. 지금은 돌아올지 어쩔지 모르는 상태예요. 지금 마리우폴 사람들에게는 음식도, 물도, 빛도, 통신 수단도 없어요.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마리우폴로부터 조금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는데, 그곳은 이미 러시아군이 점령해 버렸어요.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전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3일에 한 번씩 어떻게든 소식을 전해오고 있어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서 싸우지만, 어쩌면 그들은 나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살아남으려고 하는지도 모르죠. 우리는 3분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그때마다 눈물을 흘려요.


아빠와 여동생은 전기, 난방, 물 없이 포격을 받으며 한 달 동안 버티다가 가까스로 마리우폴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들에게는 여분의 옷이나 신발도 없었고, 조그마한 배낭 하나를 메고 나왔어요. 그곳을 떠난 모든 사람들처럼 곧바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들의 삶은 고스란히 마리우폴 집에 남겨져 있습니다. 동생이 졸업 파티에서 입으려고 했던 드레스, 엄마가 살아 계셨을 때 찍었던 사진, 좋아하는 책, 아버지의 일, 그리고 친구들. 나와 나의 가족에게 의미 있었던 곳에 지금은 죽음과 파괴만이 남겨졌습니다.


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과 파괴된 자동차가 거리에 누워 있어요. 침략자들은 사람들이 숨어 있던 학교와 병원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여성과 어린이를 강간합니다. 심지어 아기가 강간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은 동물을 죽여 불태우고, 집에서 소중한 모든 것을 약탈하고, 탱크로 집을 부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이들과 사파리 놀이를 합니다.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그들에게서 도망가도록 내버려 두고, 누군가가 충분히 빨리 달리지 않으면 다리에 총을 쏩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스스로를 죽여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퍼뜨립니다. 저는 이 전쟁이 남긴 사진 한 장 한 장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할 거예요.


전쟁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고요? 그 질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릅니다. 저는 지금 흰색 웨딩드레스 대신 검은 운동복을 입고 있어요. 그야말로 재앙이지만, 내가 겪는 고통은 이 전쟁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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