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슬픔 속에 맞이해야 할 지구촌 최대 행사, 월드컵
11월 7일에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 추첨이 끝나면, 세상은 월드컵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 손흥민 선수의 수술로 인해 우리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월드컵을 맞이하게 되었다.
중동에서 개최되는 첫번째 글로벌 메이저 스포츠 행사의 개막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월드컵이라 꼴도 보기 싫기도 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이 주어진 것이 밝혀져 홍역을 치렀다. 뇌물 수수가 드러나면서 집행위원 절반이 교체되었지만, FIFA가 투명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8개의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 6 500명이 넘는 건설 노동자가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과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에 총 280조 원이 들었지만, 노동 조건은 극악했다. 노동자 일당이 13 000원이었다. 시간당이 아니고 일당이다. 월급으로는 317 000원이었다. 그나마도 7개월 이상 지급이 밀린 현장도 있었다. 설계, 엔지니어링과 감리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회사가 맡아서 대박을 냈다. 모르긴 몰라도 시공은 박한 마진 속에서 중국과 인도 회사가 맡았을 것이다. 6 500명 죽음이 박한 마진 이외는 설명이 안된다.
처참한 노동조건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그런 것에 눈 깜짝할 FIFA가 아니다. FIFA는 자신들 덕분에 오일 머니 280조 원을 세계 경제부흥에 썼다는 자뻑에 빠져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카타르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고 동성애가 발각되면 감옥에 보내지는 나라라는 것이다. 알란 투링 시대의 영국과 같은 분위기인가 보다. 그래서 세상의 LGBTQ가 카타르 월드컵에 반대하고 있다. LGBTQ를 달래기 위해 각국의 축구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자신들만의 메시지를 선보일 것이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축구는 변화를 지지한다(Football supports change)’는 문구를 운동복에 삽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대표팀은 무지개 모양의 ONE LOVE라는 밴드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님은 어떤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을까?
한해 가장 바쁜 축구 일정 중에 월드컵이 개최되는 것도 문제다.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일주일에 경기를 두 번 소화하고 있다. 손흥민, 베르너, 바란, 칠월 같은 선수들이 이미 부상으로 쓰러졌고, 월드컵에 뛰기 위해 무리한 복귀를 시도하다가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최악의 월드컵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각국의 환율 불안정 속에 월드컵 열기는 아직 고조되고 있지 않다. 위에서 열거한 문제점 속에 보이콧 움직임도 있겠지만, 개막이 가까워지면 월드컵 열기는 어쩔 수 없이 달아오를 것이다. 4주에 걸쳐서 64게임이 개최되며, 연인원 50억 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행사도 따라올 수 없는 명실상부한 지구촌 최대 행사다.
손흥민이 부상에서 회복하여 돌아오길 바라고, 우리나라가 최소한 다섯 게임 정도는 소화하길 바란다. 영국과 미국의 경기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개최된다고 하는데 아무쪼록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영국 대표팀 감독인 사우스게이트는 건설노동자들도 월드컵의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는 말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아무쪼록 희생자를 잊지 않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스포츠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